[이준정의 미래탐험]나노봇의 실제, 인체의 우군인가 적국인가

2010-08-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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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그 기술이 갖는 한계에 대해서도 한번쯤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주변에서 미래의 다양한 상상을 표현하는 글 중에서 나노봇(Nanobot)이라는 개념이 자주 인용되는 것을 본다. 미래에는 나노로봇이라 불리는 매우 작은 로봇 물체가 인체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찾아 죽이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참으로 멋진 이야기다. 이런 상상이 크게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아마도 오래전에 만들어진 ‘마이크로 특공대’란 영화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미래 인체여행을 회상하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아직까지 이런 나노로봇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기술이 아주 먼 미래에도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말하기엔 시기상조다. 과학이란 인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믿어온 일들을 하나 씩 해결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언젠가 그런 미세한 물체가 병원균을 색출하여 없애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과학적 상식에 비추어 볼 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의미에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체의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에 대해서 좀 더 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혈관과 같이 매우 좁은 공간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만큼 매우 작은 물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도 많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혈관들은 단지 수천 나노미터 크기 밖에 안 되는 미세혈관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토록 작은 공간에서 나노봇을 목적지까지 인도하는 일이 매우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입자를 보자. 대기 중 장기간 떠다니는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또는 분진(粉塵)이란 입경이 10㎛ 이하의 것을 말하며, 입자가 2.5㎛ 이하인 경우는 극미세먼지라고 부른다. 1㎛는 1,000nm이므로 미세먼지 크기는 직경이 10,000nm이하인 먼지를 말하며 극미세먼지라면 2,500nm이하의 입자를 말한다. 극미세먼지의 크기는 병원체의 크기( 대략 1,000nm정도)보다 더 크다.  그러므로 혈관 속을 다닐 수 있는 나노봇이라면 적어도 극미세먼지보다 크기가 작은 물체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공기 중에서 떠다니는 극미세먼지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무작위다. 그리고 이런 극미세먼지에 미세한 힘만 가해도 착 달라붙어 버린다. 먼지 입자가 너무 작아서 중력이 작용하지도 않고 정전기와 같은 주변의 힘에 매우 강력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극미세먼지가 가야할 곳을 지정해서 움직인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지극히 어려운 문제다.

 

 더 커다란 문제는 온도의 의한 영향이다. 머리카락의 1/1,000~1/100 정도로 너무도 작은 물체이기 때문에 열적으로 진동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런 진동현상은 현미경으로 물속에 떠다니는 미세한 물체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을 브라운 운동이라 부른다. 이런 진동현상을 극복하여 나노봇과 같은 일종의 매우 작은 기계결합장치를 한 몸체로 유지시킨다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설령 만들어 진다해도 곧 외부에서 가해진 진동에 의해 분해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중요한 점은 동력이다. 나노봇이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혈관 속에서와 같은 급물살 속에서 자세를 유지하고 항해를 하려면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도 혈관 압력을 견디면서 항해하려면 몸체 크기의 수천 배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할 것 같다. 병원균들도 혈관 속에서 헤엄을 치지만 이들은 생물학적인 에너지를 이용해서 움직인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노봇도 이런 생물학적인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어야만 할 텐데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만만한 기술이 절대 아니다.

 

 또 인체 내에는 면역체계가 갖추어져 있어 나노봇이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투입된다 해도 인체의 면역체계가 이를 완전히 우군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공격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인체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는 나노봇은 오히려 인체에 해를 가 할 우려도 있다. 왜냐면 인체의 면역체계가 이를 제거하지 못하면 모든 면역체계를 동원하여 인체에 비상을 내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노봇 침투로 인해 환자가 더욱 고통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체에 투여하는 모든 약물과 물체는 충분한 사전 임상실험을 거친 후에야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인체의 질병 치료에 적용할 나노봇이 인체에 실제로 적용되는 것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대상이 인체라는 점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하면서 인체에 적합 시킬 만큼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선 수많은 과정과 임상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반면에 나노봇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의학적 효과는 이런 비용을 감당하고도 충분할 만큼 획기적일까 하는 점에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왜 나노봇을 이용해야만 하는지 되묻게 되는 때가 오면 나노봇에 대한 환상이 그저 하나의 멋진 상상에 머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래탐험연구소장

공학박사   이준정

20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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