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미국과 EU는 심각한 재정 위기에 봉착해 있는 가운데 이미 12년 전에 경제 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은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CNBC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수출 호조의 덕을 보고 있는 나라로 꼽으며 이같은 경제 호황이 주식 시장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 글로벌인사이트의 아태 경제 담당자인 시모나 모쿠타는 1996~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를 언급하며 "이들 국가들이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금융위기 후 수출이 회복세를 나타냈을 때도 이들 국가 경제 펀더멘털은 견고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7.6%를 기록했으며,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6%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는 수출이 40% 뛰어오르며 국내총생산(GDP)은 17.9% 증가했다. 말레이시아 GDP는 10%, 태국은 12% 올랐다.
이같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요인은 수출뿐만 아니다. 전문가들은 탄력적인 환율과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 풍부한 외화보유액, 소득수준 향상, 내수 증진 등이 아시아 국가들의 강한 성장세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만수르 다일라미 세계은행 국제금융 담당자는 "이들 아시아국들은 서구 선진국들보다 사전 대책을 좀더 잘 마련하고 있다"며 '재정적인 면밀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CNBC는 대(對)중국 수출 증가도 주요 동인의 하나라고 전했다. 알렉 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지역은 이제 미국 보다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더 중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각국의 국내 소비도 주효했다. 모쿠타는 "아시아 국가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아시아 역내 시장의 매력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시아 지역 국민들이 "덜 저축하고 더 쓰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인도네시아는 자동차판매가 70%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공통된 요인이 있지만, 각국마다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고 CNBC는 전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자본의 중심지이며, 태국은 관광산업과 자동차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첨단 기술과 약학에서, 한국은 조선업계가 강점이라는 것.
CNBC는 이같은 성장 잠재력 속에서 투자자들이 다시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이들 국가들의 주식시장이 재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8월 중순까지 인도네시아는 15.2%, 태국 16.8%, 말레이시아 12.5%, 필리핀 11.0%로 주식시장 성장률을 보였다.
패트리샤 오이 모닝스타 EFT 애널리스트는 "이제야 성장세가 시작됐다. 모두가 더 성장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아시아 신흥국들의 주식시장이 미국 시장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MSCI신흥국가지수에 따르면, 이들 아시아 국가들의 주식시장은 지난 5년동안 평균 14.9%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0.7%로 대조적이다.
한편 이 연구는 GDP와 주식 시장 실적 사이에는 실제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확대하여 해석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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