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반세기 대한민국 주택문제를 책임지다시피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옛 주택공사+토지공사).
각종 공공주택사업과 공공택지 조성사업으로 전국의 개발을 주도해온 LH에게 지금 남은 것은 부채뿐이란 멍애다.
하지만 이 거대 공기업이 부채를 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였다.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을 대거 짓고, 공공사업을 하기 위해 땅을 매입하다보니 부채가 눈덩어처럼 늘어났다.
더구나 매번 바뀌는 정권에 맞춰, 매번 달라지는 사업을 해야 하다보니 말 그대로 '정권의 시녀' 노릇을 피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LH가 지난해 10월 통합을 추진했다. 주택사업을 해온 주공과 토지사업을 주로 해온 토공이 하나로 합병, 거대 공기업이 됐다. 당연히 부채를 포함한 자산규모도 거대해졌다.
통합과 함께 지난해 말 109조원이었던 LH의 부채는 현재 118조원으로 불었다. 올해 말에는 128조원, 2012년에는 171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만큼 이자도 늘어나 하루에 100억원 정도를 물고 있다.
부채 문제를 해결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미뤄왔던 두 공기업 통합을 서둘러 하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통합 이후 벌써 10개월. LH는 그동안 재무개선방안 마련에 온통 매달렸다. 내·외부 전문가란 전문가는 모두 끌여들여 머리를 맡대고 어떻게 하면 118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고, 앞으로는 빚을 지지 않을까 심사숙고했다.
이외에 한 일이라고는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사업과 몇년째 시장 냉각으로 분양을 미뤄온 일부 사업장 공급이 전부였다.
앞으로 사업을 계속할지 말지를 고민하느라, 향후 주택공급을 위해 해야 할 상반기 주택인허가 실적은 제로(0)였다. 임대주택 공급도 목표 대비 소폭에 그쳤다.
고민 끝에 LH가 내놓은 재무건전선 확보방안의 첫 스타트는 성남 재개발 사업 포기다. 성남 재개발도 민간이 아닌 LH가 재개발을 시행하므로써 공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LH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그것도 성남지역 주민들 대다수가 성남시의 모라토리움 선언에 대한 보복이라고 받아들일 만큼 일방적인 통보로 발표됐다.
LH는 현재 사업이 진행돼온 276곳과 아직 토지보상 등이 이뤄지지 않은 신규사업장 138곳 등 414곳 사업장 중 사업포기 사업장을 결정하기 위해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르면 이달말까지 사업 계속 여부를 결정해 통보한다.
조만간 전국에 있는 지역주민들이 최근 성남지역 주민들이 겪어야 한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을 똑같이 경험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부채 1위' LH가 '소송 1위' LH로 바뀌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이 경우 LH는 또다시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또 다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공기업이 해야할 일인 공공사업은 도대체 언제하게 되는 것일까. 부채가 늘어나게 되는 공공사업이라면 하긴 하는 것일까. LH가 정작 자신들의 본연의 업무는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기회에 새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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