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캐피탈사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금리 문제 제기 이후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10%대 개인 신용대출 상품인 '햇살론' 출시도 임박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조만간 캐피탈사의 개인 신용대출 상품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23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업 미소금융재단 이사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캐피탈사의 30%대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심층 실태 조사를 통해 서민의 부담이 덜어지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캐피탈사들은 8~39%의 금리 수준으로 신용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 캐피탈사의 주타겟층이 저신용자이기 때문에 평균 금리는 대략 20%대 후반에서 35% 선이다.
이는 대부업법상 법정 상한금리 44%보다는 낮아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대부업체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이자를 수취하고 있다는 데 대해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대부업체, 저축은행, 카드사 현금서비스 등에 대한 고금리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이처럼 캐피탈사의 신용대출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도 캐피탈사가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는 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캐피탈사의 조달금리는 6~8%이고, 고객의 연체율을 최대 15%로 따져 'BB-' 수준의 무보증 회사채라고 가정해도 가산금리는 8% 수준에 그친다"며 "결국 14~16% 수준의 금리에 각종 비용이 가산되는데 35%의 금리는 너무 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출시를 앞두고 있는 보증부 대출 '햇살론'도 캐피탈사의 개인 신용대출 영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기관은 오는 26일부터 13% 이하의 금리에서 연간 2조원의 금리로 6등급 이하 서민층에게 대출을 실행할 계획이다. 햇살론 대출 대상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서민으로, 캐피탈사 신용대출과 타겟층이 상당히 중첩된다.
개인 대출 규모가 가장 큰 캐피탈사도 연간 취급 규모가 5000억원 수준으로, 햇살론의 등장은 대형 캐피탈사 네 곳이 한번에 시장에 진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캐피탈사들은 금융당국의 실태조사 후 금리 인하 압박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금리가 인하될 경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형 캐피탈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면담했던 캐피탈 대출자는 미소금융에서 대출을 받은 걸로 봐서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일 것"이라며 "이 고객이 35%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그 금리가 높다고 하는데 만약 금리를 내리라고 하면 이런 고객은 캐피탈사에서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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