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해관총서(海關總署)가 발표한 6월 중국 수출입실적은 중국 실물경제의 확장추세를 다시금 확인해줬다. 6월 수출규모는 2547억7000만 달러로 지난 2008년의 신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그러나 산업생산 등 각종 경제지표를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현재 중국 실물경제의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작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ㆍ판매량은 1300만 대.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들어 1월에도 150만 대 판매에 성공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3월들어서 판매량은 더욱 급증, 170만 대를 판매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이대로라면 올 한해 1800만 대 판매는 거뜬해 보였다.
그러나 2분기 진입 후 판매 증가 추세는 눈에 띄게 주춤해졌고, 4월달 판매량은 155만 대로 떨어졌다. 동시에 재고량은 증가해 4월에는 약 100만 대의 차량이 창고에 묵혀있었다. 6월 들어 생산ㆍ판매는 더욱 감소해 상반기 재고량은 130만 대까지 늘어났다.
문제는 재고량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판매주기 역시 길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차량 한 대의 판매주기는 41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6월 들어 판매주기는 55일까지 늘어났다. 기업으로써는 자금조달 주기의 장기화와 판촉비 증가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자동차 업계의 재고량 증가는 사실 생산과 판매 불균형의 ‘산물’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회복은 업스트림 산업에서 시작돼 소비 증가로 확대된다. 혹은 자산축적이 장기적 소비촉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실물경제는 일반 경제상식과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즉 소비가 유동자본량 보다 사회적 요인에 더 민감하다는 것. 자동차 시장이 그 전형적인 양상을 보인다.
중국의 자동차 구매량 폭증은 GDP 증가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국가의 소비진작 정책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 대대적인 자동차 구매 장려 정책을 펼쳤다. 소비세 감면ㆍ자동차 지방 보급ㆍ자동차 교환 등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중소형 차량을 중심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9년 한 해 총 자동차 판매량 1300대. 이는 실제 중국 국민의 소비능력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비교적 보수적 견해를 내놓는 창장증권(長江證券)의 추산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판매된 자동차는 2321만 대에 달한다. 창장증권은 국민 실제 소비 능력을 감안할 때 이상적인 자동차 판매량은 2008년 1020만 대, 2009년 1230만 대 정도 수준으로 보고있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2009년도 자동차판매실적은 국민의 실제 소비수준을 9%나 초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동차업계는 올 상반기 총 847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하반기에도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올 한해 자동차생산량은 약 1700만 대 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국민소득이 높아졌다 한 들, 소득상승폭이 GDP 증가폭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에서 자동차 구매가 무한정 늘어날 수 만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3월 170만 대로 정점으로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자동차 시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현재 중국 실물경제는 이처럼 실제 국민 소득수준을 초과하는 ‘과소비’에 기대 성장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과소비’의 후유증은 2분기 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월 55.7%를 기점으로 2개월 연속 하락해 6월 달엔 52.1까지 떨어졌다.
한편 최근 벌크선 운임지수(BID) 동향은 중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5월 이후 BID 지수는 40%이상 폭락했다.이는 컨테이너 운송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으로 수입되는 원자재 컨테이너의 운송량은 크게 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완성품 컨테이너 운송은 여전히 활발하다. 여전히 수출이 중국의 실물경제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의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경제발전 방식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에게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발전은 아직 멀기만 하다고 말하고 있다.
기록적인 자동차 판매량, 그러나 실제 국민소득 수준을 크게 초과한 자동차 구매열풍은 결국 진정한 소비증가가 아닌 정책이 불어낸 ‘거품’에 불과한 것이다.
정리·번역 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