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2500여년 전 중국 춘추시대에 전략가로 이름을 떨친 손무는 3만명밖에 안 되는 오나라 병력으로 20만명에 달하는 초나라 대군을 격퇴했다. 그는 '손자병법'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을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로 압축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상대방과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알아보고 승산이 있을 때 싸워야 이길 수 있다는 것. 한ㆍ미 FTA 추가 논의를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ㆍ미 FTA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뒤, 양국에서는 재논의의 득실을 저울질하기 바쁜 모습이다. 특히 자동차 조항이 추가 논의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을 예고한 미국을 공세를 취할 태세다. 아울러 쇠고기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FTA 협정문에 '수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최근 "아직까지 미국은 한ㆍ미 FTA 조항 중 어느 것을 논의할지,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없다"며 "한ㆍ미 FTA에 관한 논의 일자도 현재까지 잡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측 요구 수준이 먼저 공개가 돼야 대응에 나서겠다는 태도다. 추가 양보를 막기 위한 대책은 마련돼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금 미국은 수출로 경제 회복을 꾀하려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ㆍ미 FTA뿐 아니라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관계 강화도 언급하며 수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대통령 직속 수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5년 내 수출 2배 증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기세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지금은 추가 논의에서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얻어 내고 양보해야 할지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미 행정부가 11월 전후로 한ㆍ미 FTA 의회비준안을 제출하기로 한 만큼 우리 정부도 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되 미국과의 실무협의, 국회 본회의 등 단계별 대응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nvces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