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국내 영향 제한적" 되풀이
정부 안일한 대응 비판 여론 커져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헝가리 재정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헝가리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은 것을 근거로 헝가리 재정위기로 인해 우리나라가 받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헝가리 재정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국내금융기관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져 및 수출 규모가 미미해 문제가 발생해도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정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4월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져는 5.4억 달러(대출금 4.1억 달러+유가증권 0.8억 달러+지급보증 0.5억 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져 533.4억 달러의 1.0%에 불과하다.
또한 2010년 3월말 현재 국내 은행이 헝가리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헝가리 수출은 17억 달러로 전체 수출금액의 0.47% 수준이고 헝가리로부터의 수입 규모는 3억 달러로 전체 수입금액의 0.093% 정도이다.
즉 통계수치로만 보면 헝가리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 은행들의 대 헝가리 익스포져 중 유럽계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우리나라의 대 유럽 익스포져가 매우 높다는 것.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9년 12월말 현재 해외 은행들의 대 헝가리 익스포져는 1498억 달러인데 이 중 유럽계 은행들의 대헝가리 익스포져는 1365억 달러로 91.1%에 달한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5일 발표한 ‘헝가리 재정위기 대두 및 향후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에 이어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유럽은행들의 부실이 추가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EU는 우리나라로부터 가장 많은 돈을 빌려갔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외국에 대출해 준 잔액은 451억5000만 달러인데 이 중 EU는 95억7000만 달러로 21.2%를 차지한다.
또한 지난해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에 수출한 액수는 445억7100만 달러인데 이는 전체 수출액 중 12.8%를 차지해 중국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헝가리 재정위기로부터 안전하다 방심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헝가리의 문제는 헝가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유럽 전체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문제”라며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번질지 모르고 언제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유럽의 문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헝가리 재정위기는 헝가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언제 어떻게 번질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8일 “현재 모든 나라는 대출이나 무역 등으로 다 연결돼 있어 우리나라도 헝가리 재정위기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은행과 정부는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leekhyo@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