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하늘·김형욱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중장기적 상생협력에 나서며 중소기업들과의 호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과거 생색내기에 불과했던 수박 겉핥기 식 상생을 넘어 각 기업별로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8일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8개 계열사와 2691개 협력사 등 총 2700여개사에 이르는 사업자와 제2기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 2·3차 협력사로 상생협력 범위 넓혀
1차 협력사들에 대한 자금·기술지원을 해온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약을 통해 2·3차 협력사로 그 범위를 강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1차 협력사에 비해 경영 기반이 취약한 2·3차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을 강화, 자동차산업의 근간인 기초산업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전했다.
상생협력을 위한 자금 역시 기존 580억원에 240억원을 추가한 총 820억원 규모를 직접 출연한다. 이 밖에 납품대금을 100% 현금결제화 하고, 운영자금 신용대출 등 재무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2·3차 협력사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저리 자금 지원 프로그램도 추가 운영한다. 아울러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사이의 대금지급 실태를 정기 조사하고, 우수 상생기업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며 협력사들 사이의 상생을 독려한다.
◆삼성, 협력사 진입장벽 낮춰
삼성그룹은 신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이 협력사가 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벤처기업 등 그동안 삼성전자와 거래가 없던 업체와도 거래가 늘어나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초점에 맞추고 있다. 다소 폐쇄적이었던 협력사 문호를 활짝 연 것.
특히 지난해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과거 원청·협력업체라고 불리는 곳과는 더 이상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아니"라며 "말 그대로 상생해야 하는 만큼 상생프로그램이 모든 계열사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라"고 계열사들을 독려했다.
이같은 그룹 정책을 반영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창립 40주년 기념식 때 장기 비전을 위한 3가지 전략과 6대 과제 중 하나로 '상생·녹색경영 선도'를 선정했다.
아울러 재무적 도움 외에도 협력사들이 독자생존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품질·원가·기술 경쟁력은 물론 경영관리기법까지 종합적으로 전수한다.
◆LG, 중소기업과 미래 비전 공유
LG그룹은 미래 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체계적인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협력업체들과 미래를 공유한다. 협력업체들은 LG그룹의 미래 경영을 자신들의 경영계획 지표로 삼음으로써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아울러 미래 사업을 통해 LG와 협력업체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상생을 이어갈 수 있다.
원자재·부품 공동구매도 시행한다. 구매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비싼 가격에 부품 등을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공동구매를 통해 이들은 더욱 낮은 가격에 부품을 구입,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SK, 협력업체 인턴 지원
SK그룹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협력업체를 위한 그룹 단위의 상생경영을 명문화하며 상생 경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명문화를 통해 이들 대기업은 일회성이나 이벤트성 상생경영이 아니라 상생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게 됐다.
아울러 '상생인턴' 제도를 도입, 협력업체들이 별도 비용없이 인턴을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틔우는 효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SK는 상생펀드·상생아카데미 등을 통해 협력사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인재개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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