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천안함, 6자회담 분리...대중외교 변해야

2010-05-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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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정훈, 김희준, 김선국 기자) 5∼6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인 천안함 문제를 북한 비핵화 문제와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미외교에 치중한 나머지 한중 외교를 소홀히 했다며 중국이 G2(초강대국)로 부상한 만큼 대중 외교안보라인을 재구성할 것을 촉구하는 등 강도 높은 주문도 나왔다.

◆김정일 방중...북중 정상회담 파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설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문제는 시기였다. 북한은 식량난이 심각한 춘곤기(4∼5월)를 방문 시기로 택했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시기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우선 경제 부분 관련 문제 해결하고 6자회담 추진, 천안함 국면의 돌파를 위해 김 위원장의 방중이 계획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장(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은 “김 위원장이 다롄, 톈진이 둘러본 행보를 미뤄볼 때 경제적 목적에 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년 전 중국 측의 반대로 무산됐던 신의주 개발을 다롄과 톈진과 삼각으로 연계하는 구상을 김 위원장이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천안함 사건 등으로 촉발한 대외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란 견해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벌어진 천안함 사건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소귀의 성과를 낼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홍익표 대외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양국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는 동시에 6자회담 재개의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중국이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6자회담 복귀 결정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 가속화 명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북한에 경제지원을 약속하는 대신 6자회담 복귀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핵무기 포기 등을 제시할 것이란 분석이다.

◆천안함 문제, 6자회담 재개 분리대응하나

이번 북중 회담에서 6자회담 진전이 이뤄진다고 해도 걸림돌이 남는다. 바로 천안함 문제를 어떻게 짚고 넘어가느냐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건의 진상규명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6자회담에 참여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천안함 문제가 회담 의제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전문연구원은 “중국은 천안함 사건을 남북관계의 돌발상황으로 보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깨지는 것을 우려할 뿐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진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원하는 건 글로벌 이슈인 북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은 중국이 묻지도, 북한이 답하지도 않을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그러나 이번 회담 이후 6자 회담 재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은 확실시된다. 한국의 향후 대응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6자회담’과 ‘천안함’ 문제에 대한 분리 대응을 주문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6자 회담 천안함과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우선 비핵화에 집중하면서 이후 천안함 사건 원인규명을 통해 제재를 가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가 중대사안인 만큼, 6자회담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곽 전 원장은 “6자회담에서 한국은 북한과의 경색된 소통을 바로잡은 후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 교수는 “6자회담을 통해 남북간 경색 국면의 전환점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백 실장은 “천안함 사건을 문제삼아 6자회담 연기를 주장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며 “천안함 문제는 남북과 관련된 반면 북한 비핵화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이 예의주시하는 대형이슈이며 전세계 평화안전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대중외교라인 대수술 필요한가

이명박 대통령이 방중을 마치고 4일만에 김 국방위원장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을 만났다. 중국 측의 북중 회담 사전 통보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대중 외교라인이 취약하다”며 “중국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인적 쇄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나 정부가 미국 전문가들로만 채워져, 중국문제를 다루는데 부적절하거나 비효율적인 접근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곽 전 원장은 “중국의 외교 중점은 혈맹인 북한에 실려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 방문의 사전 통보나 천안함 공조 등에 협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며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실리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 실장은 “국제관계에서 입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외교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끌어들이지 말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우리 위치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보수층을 의식, 중국에 김 위원장 방중에 우려를 표하는 등 외교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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