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부가세 환급을 둘러싼 제주특별자치도와 기획재정부 간 지루한 '힘겨루기'가 끝이 났다.
오승익 제주특별자치도추진단장은 19일 "부가가치세 사후환급제도(이하 부가세 환급제도)는 제주특별법에 근거를 두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제주도가 부가세 환급제도 세부항목에 적용시키려던 품목인 향토음식점 추가는 양쪽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으나 결국 재정부의 입장을 수용했다.
오 단장은 "협상이라는 것이 서로 밀고 당기는 게 있어, 아쉽지만 세부항목 부분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특산품, 관광기념품, 렌터카 대여비 등 3개 품목으로 잠정합의했다"며 "하지만 이외 세부 품목에 대해서는 추후 제도개선을 확대해 조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태환 도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 기자실을 방문해 "처음부터 모든 게 잘 되면 얼마나 좋겠나. 처음에는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는데…"라며 "특별법에 근거를 마련해 놓으면 이후에 적용범위를 확대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겠느냐. 발을 담가 놓은 것만도 큰 성과"라고 평했다.
이날 부가세 환급제를 둘러싼 쟁점에 극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입법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6월 열리는 임시국회에 상정을 하고 이르면 연내 시행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가세 환급제 도입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3년 한시적으로 도입한다는 서면적 합의를 도출했지만 세부사항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 근거을 두고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조특법에 적용되는 구체적 품목에 대한 내용 합의는 오는 9월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로서는 한숨 돌리긴 했지만 연내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지난 2006년 7월 제주도는 행정체계를 바꾸면서까지 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다. 당시 정부는 "국방ㆍ외교문제를 뺀 모든 권한을 제주도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서의 권한을 제대로 위임 받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는 이미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로 탈바꿈할 때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특별자치도로서의 권한 불이행에 대해 도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제주의 한 지역신문 기자는 "당시 제주도민은 정부의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도민들의 반대여론을 정부가 의식해 해군기지 건설 추진과 함께 '부가세 면세화' 추진의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극약처방' 역시 향후 진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제주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김모씨(42)는 "지식경제부나 총리실, 제주도 등 나중에 말 바꾸는 정부의 말은 어떤 말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서 "해군기지 건설은 그렇게 밀어붙이면서 특별자치도 권한 이행에는 왜 이리 많은 규제를 적용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이번 부가세 환급제 합의가 제주 민심을 달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 제주가 특별자치도로 성장하는 데 얼마만큼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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