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글로벌 증시가 골드만삭스 악재로 요동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6일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고소했다. 승승장구하던 글로벌 증시는 순식하게 주저 앉았다. 2년 전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이 불러온 월가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됐다.
SE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합성해 만든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팔면서 중요한 정보를 알리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피해 규모가 10억 달러에 달하지만 전문가들은 골드만삭스의 부정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기 주범으로 비난받던 미국 투자은행업계와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친 신뢰의 위기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계가 일련의 사태를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일 영국에서 최근 '금융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가 진료 윤리를 다짐하듯 금융업계 종사자들도 윤리 선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위기는 단지 윤리적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윤리나 보상문제보다 시급한 게 거시적 차원에서 시스템 전반을 뜯어 고치는 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 작업이 대표적이다.
상원에 계류 중인 금융개혁법안은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방만한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권한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미국의 금융개혁 작업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2년째를 맞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통법이 벤치마킹으로 삼았던 골드만삭스가 사기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한국형 투자은행' 모델에 대한 재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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