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준비 부족으로 이달 시행을 앞두고 있던 소비자 친화적 제도들이 잇따라 보류되고 있다.
특히 판매수수료를 나중에 걷는 보험상품 도입 등 일부 제도의 경우 당국과 업계의 이견차가 커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개정해 이달부터 판매수수료(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신계약 수당)를 나중에 차감하는 형태의 저축성보험 출시를 허용키로 했다.
가입 초기 투자금을 늘려 소비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데 보험설계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겠느냐"며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지만 조만간 관련 상품이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 해약시 환급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장성보험 출시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감원이 관련 규제를 없애 이달부터 관련 상품 출시가 가능하지만 업계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이 없는 보험은 보험료가 기존 상품보다 10% 가량 저렴하지만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없어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업계가 규제 완화를 전후해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감원 생명보험팀 관계자는 "그 동안 관련 상품을 판매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몸을 사리는 것 같다"며 "특정 보험사가 처음 시도해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눈치보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늘 규제 완화를 요구하다가 막상 규제가 없어지면 소극적으로 바뀌는 게 업계의 속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험사의 사업비율 공시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보험업법 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오는 10월부터 저축성보험의 사업비율을 공시하도록 했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보험사 운영을 위해 사용되는 사업비의 투명성을 높여 민원을 줄이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시행 시기가 늦춰졌다. 업계가 준비 부족을 이유로 제도 시행 연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계약비, 유지비, 수금비 등 사업비를 구성하는 항목들을 채널별 또는 상품별로 산출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너무 앞서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보험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준비가 부족해 사업비율 공시가 어렵다는 것은 핑계"라며 "결국 보험사들이 보험 원가 공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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