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가세 사후환급제도, 재정부와 진통中

2010-04-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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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우롱? 부처 이기주의에 도민들 뿔났다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17일 토요일 오후 3시.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국제컨벤션센터 안 JTO(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

따스하다 못해 더위가 엄습해 오는 날씨에 반해 면세점 안은 바깥 날씨와 대조적이다. 물건을 고르는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보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화장품 코너에 몰려있다.

서울에서 여행 온 관광객에게 한도금액을 설명하던 K씨(29)는 “가족, 친지 선물을 구입하다 1회 한도금액이 당일 환율기준으로 35만~36만원임을 알고 당황해 한다”며 “한도를 맞추려고 구입한 물건을 취소해 다시 재구매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손님들 중에는 양주 한 병 사고 가방이라도 구입하려다 구입한도액 때문에 구입포기 하는 손님도 많다"고 했다.

내국인 면세점의 구입한도 금액은 400불을 넘을 수 없어 연 6회에 한정돼 있다. JTO 면세점의 경우 호텔과 인접해 있어 주 고객층이 호텔에 투숙한 신혼부부들인데 구입한도액에 관한 정보를 듣고 고민하다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화장품이나 본인 것만 구입하고 선물을 포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K씨는 덧붙였다.

양경호 제주관광공사 본부장은 "관광객이 구입한도액에 대한 불편사항이 많다. 그래서 꾸준히 정부에 총액한도제(1회 40만원×6회=240만원)로 건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세와 관련된 것이기에 번번히 거절당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했다.

지난 2006년 7월 제주도는 행정체계를 바꾸면서까지 특별자치도를 출범했다. 정부는 " 국방·외교문제를 뺀 모든 권한을 제주도에 넘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주특별자치도가 과연 특별자치도로서의 권한을 제대로 위임받았는지 미지수다.

한 제주도 투자기획 담당자는 "법인세율을 10%대로 낮춰 투자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으나 '다른 지역과 형평에 맞지 않다'는 말만 되돌아 온다"고 했다.

양관배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지정면세점 홍보부장은 "꾸준한 문제제기로 원래 35만원이었던 한도액을 2년 전 40만원으로 상향 시켜주는 등 작은 변화는 있었다"며 "제주시내 상권과 보따리상 출현의 우려 때문에 총액한도제로 전향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지역 부가세 환급제에 대해 "면세품은 부가세가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제주관광 산업 측면에서 볼 때 타 부가세 환급제가 시행되면 관광객 유입효과 등으로 면세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기재부의 조세체계가 녹녹치 않다"고 했다.

◇부가세 환급제 줄다리기에 제주 심기 불편

올해들어 제주특별자치도 부가가치세 사후환급제도를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제주도 간의 줄다리기에 제주섬의 심기가 불편하다.

기획재정부가 관광객 부가가치세 사후 환급 제도(이하 부가세 환급 제도)의 도입을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주장했기 때문.

재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을 근간으로 할 경우 조세체계 근간 훼손 우려와 타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중앙청사에서 정운찬 국무총지 주재로 열린 '제13차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를 열고 부가가치세 사후환급제도(이하 부가세 환급제도)와 영리병원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4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확정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한 관계자는 "당시 기획재정부는 반대 의견을 냈지만 다수결로 결정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 정부는 제주도 부가세 환급제도 추진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정부가 특별법 반영에 반영하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용 제주특별자치도 특별자치도추진단 특별자치과 사무관은 "이 사안의 핵심은 부가세 환급제를 제주 특별법에 근간을 두느냐 그렇지 않는냐의 문제"라며 "기획재정부에선 굳이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근간을 둘 필요가 있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재정부가 내놓은 부가세 환급 제도의 시행 방안을 보면 도입 근거 조항을 제주특별법에 반영하지는 않되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부가세 환급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3년마다 재심의가 이뤄져야한다. 

문제는 관광객 부가세 사후환급제를 포함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재정부의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2개월 넘게 발목이 잡히면서, 특별법 개정안 4월 국회 통과가 물건너갔다는 점이다.

여기에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제출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도민들 사이에선 정부 비난 여론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도는 제주특별법 개정안 4월 국회 통과는 어렵지만, 개정안 4월 국회 제출을 위해서 막판 총력전에 나설 방침이지만 부가세 환급제 시행을 둘러싼 혼선을 바라는 도민들의 시선을 곱지않다.

◇권한 이임 불이행...도민 '우롱'이다
 
도민들이 뿔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도민들 사이에선 여론은 정부가 제주자치도로서의 권한 이임 불이행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주의 한 지역신문 기자는 "당시제주도민은 정부의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도민들의 반대 여론을 정부가 의식해 해군기지 건설 추진과 함께 '부가세 면세화'추진의 '극약처방'을 내린 셈" 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지난 15일 4.3 개정안 상정까지 겹치면서 제주도민들은 화가 날 대로 나 있는 상태.

제주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김모(42)씨는 "지식경제부나 총리실, 제주도 등 나중에 말 바꾸는 정부 말은 어떤 말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며 "해군기지 건설은 그렇게 밀어 붙이면서 특별자치도 권한 이행에 왜 이리 많은 규제를 적용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여기에 부가세 환급 대상도 특산물·기념품· 렌트카 대여비로 축소된 점도 정부가 실질적으로 제주도의 부가세 환급제 '불가'를 선언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한해 감세효과가 역 120억~130억원으로 시행기간을 3년으로 한정시킨 점을 고려한다면 약 370억원의 부가세 감면 성과가 고작이다. 하지만 도내 전 지역 면세화는 제주도가 행정체계를 바꾸면서까지 국제자유도시로의 부활에 결정적 시발점이 되는 사안이기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 부가세 면세화 추진이 난항을 맞자 예비후보들 중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시 폐지했던 4개 시·군의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 부가가치세 사후환급제가 반영된 제주특별법이 이달임시국회에 반드시 제출될 수 있도록 도정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사안을 두고 지난 달 20일 부터 황인평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와 오승익 제주특별자치도추진단장이 서울에 상주해 총리실과 기획재정부를 방문 조율중에 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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