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투자자를 속인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권가는 코스피에 미칠 여파를 제한적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 금융당국이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골드만삭스에 대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자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겼다며 증권 사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여파로 미 다우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멈추고 1% 이상 급락했다. 단기 급등으로 숨고르기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 돌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조정폭도 커진 것이다.
SEC가 조사를 얼마나 확대하느냐에 따라 낙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게다가 미 상원이 무분별한 파생상품 투자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곧바로 논의할 예정인 점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증권가는 대체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김철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골드만삭스 사태가 아시아나 국내 금융주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에도 미국ㆍ유럽 금융주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반면 한국ㆍ중국ㆍ일본은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전세계 증시에 조정 빌미를 줄 수도 있다"면서도 "경기 회복이 빨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고된 악재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새로운 금융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신용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반될 수밖에 없는 후행적 마찰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두바이월드와 동유럽 사태에서 남유럽 재정위기까지 비슷한 후행적 여진을 이미 극복한 바 있다"며 "단기 조정은 오히려 저가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발표를 앞둔 주요 경제지표와 기업실적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19~22일 IBM과 씨티그룹, 애플, 골드만삭스, 보잉, 맥도날드,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트래블러스가 잇따라 1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이 기간 주택 판매 실적과 생산자 물가지수,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 수도 함께 나온다.
다만 미 금융당국이 규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3일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은행세 도입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 터진 골드만삭스 사태는 미묘한 파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은행세가 도입되면 위험자산 투자나 대출에 적잖은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 사태도 국제적 규제 분위기와 맞물려 또다른 이슈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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