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국내 IT(정보기술)주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 방향성을 가늠하는 변수로 주목받았던 인텔이 기대 이상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IT기업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치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종 쏠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이 IT주 매도에 나설 경우 전반적인 국내 증시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전기전자 내 외국인 보유비율은 지난해 말 41.42%에서 16일 현재 43.40%로 1.9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시총 비중은 0.6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시장 전체에서 외국인 비중이 증가한 것보다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비중이 3배가량 더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기전자 내에서 외국인 비율이 43.40%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7년 7월30일 43.43% 이후 2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999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중 3조4726억원을 전기전자에 집중했다.
전문가들은 PC와 스마트폰, 3D TV, 태블릿 PC, 전자책 등 세트 시장 확대와 반도체 장착량 증가에 따라 IT업종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최근 원화 강세폭 확대와 단기 급등 부담 등으로 한차례 조정을 겪은 터라 앞으로도 추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윤석 CS증권 연구원은 "IT섹터가 지난 15개월간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 강세가 함께 나타나면서 상승 속도가 둔해질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IT섹터의 초과 상승 정도가 역사적 기준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고 미국 기업들이 자본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 여기에 연계되는 IT섹터의 주가도 추가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IT주에 몰아넣은 외국인 자금이 차익실현을 위해 출회될 경우 국내 증시하락 가능성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외국인은 최근 원화강세에 따른 환율 수익을 높이기 위해 국내 증시에 단기자금 투입 규모를 늘렸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3월 외국인 매매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지난 12일까지 8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순매수 중에서 케이만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조세회피지역에서 2조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전략적 비중은 환율에 베팅하는 매크로 헤지펀드(11%), 한국시장 비중이 높은 신흥시장형(6%), 각종 증시 환경 변화에 베팅하는 이벤트 드리븐(24%)이다. 원화강세가 예전 대비 한풀 꺽인 시점에서 헤지펀드로 들어온 2조원 중 40%에 달하는 8000억원이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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