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닥 상폐심사가 능사는 아니다

2010-04-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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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코스닥이 '도박판' 오명을 벗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장폐지심사 강화 차원에서 대대적 물갈이를 진행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벌써 20개사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곳도 40개사 이상이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까지 퇴출 기업은 100곳 이상으로 불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유례 없는 퇴출 대란이 자칫 코스닥 우량기업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코스피가 2년 만에 최고로 뛰어오른 반면 코스닥은 연중 저점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멀쩡한 기업까지 평가절하를 당하고 있는 탓이다. 옥석을 가려 코스닥 건전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 자체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도록 하는 배려 역시 동반돼야 한다.

실제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기업마저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50위권인 신세계푸드는 예비심사를 거쳐 내달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코스닥 디스카운트로 성장성과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00년 이후 매출액과 순이익을 해마다 20% 이상 늘려 왔다. 이런 고성장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로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다.

물론 상장폐지심사를 강화하기 전부터 긴 안목을 가진 투자자는 코스닥 투자를 꺼렸다. 상당수 코스닥 기업이 시세 연속성 없이 1회성 재료에만 의존해 단기 급등락한 탓이다. 이런 부작용을 뒤집기 위한 노력으로 나온 것이 상장폐지심사 강화다. 곪은 상처는 터뜨려야 새살이 돋는다.

그러나 상장폐지심사가 능사만은 아니다. 애당초 기업공개(IPO)를 할 때부터 자격을 엄격하게 물었어야 한다. 우량기업으로 불리던 기업이 돌연 회계감사 거절로 투자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현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작년 코스닥 새내기 상장사는 48곳에 그친 반면 상장폐지 기업은 65곳이나 됐다. IPO 때부터 제대로 옥석을 가렸다면 이런 악순환도 줄었을 것이다.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는 기업은 작지만 알짜인 '강소기업'이어야만 한다.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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