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가 숨쉬는 곳에서 '절규'를 보다

2010-04-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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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피오르드의 나라’ 노르웨이.

최근 직항로 개설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한국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노르웨이 관광은 아직은 직항편이 없어 유럽의 최단거리 노선인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한다. 인천공항서 헬싱키까지의 비행시간은 약 10시간이다. 헬싱키서 오슬로까지는 1시간 30분 소요된다. 시차는 한국과 7시간이다.
대체로 날씨는 흐리고 안개 끼는 날이 많다. 노르웨이의 관문인 오슬로 가르데모엔 국제공항은 생각보다 한산하고 규모도 크지 않다. 오슬로는 다른 유럽의 도시처럼 역사적 유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도시풍경도 오히려 모던한 느낌이다. 제2의 도시 베르겐이나 피오르드, 빙하 관광을 위해 하루정도 묵어가는 곳이다.

오슬로 관광은 메인로드인 칼 요한슨 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걸어서도 시내관광이 가능하다. 2008년 개관한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센트럴 역 뒤쪽부터 시작되는 칼 요한슨 거리는 국왕 크리스틴 4세에 의해 서쪽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조성됐다.

거리는 그렇게 넓지 않지만 전기자동차인 트램과 버스, 승용차가 나란히 공유하면서 달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센트럴 역에서 약 10여분을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흰색의 그랜드 호텔과 왼쪽으로 노란색의 국회건물이 나온다. 그랜드 호텔은 그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묵는 곳으로 유명하다.

국회건물은 우리네 국회와는 사뭇 다르다. 경비시설도 없고 울타리도 없다.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다. 권위 대신 시민과의 거리를 가깝게 한 이들의 앞선 정치의식이 부럽기만 하다. 거리를 따라 쭉 내려가면 주변으로 노벨평화센터와 시청 그리고 그 끝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여성해방운동의 효시로 알려진 ‘인형의 집’ 작가 헨리 입센의 박물관이 나온다.

대로변에 실물크기 동상 하나로 이곳이 입센의 박물관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옛 건물 그 자체를 박물관으로 잘 보존하고 있다. 3층 건물 전체가 입센의 발자취로 가득 채워져 있다. 폐관시간은 오후 4시다. 서두르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이밖에도 850년 전 바이킹의 배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는 바이킹 박물관도 둘러볼만하다. 이곳 사람들은 바이킹은 해적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 비즈니스맨이라고 자랑한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또 이런 기막힌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낸 이들의 관관산업 의식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오슬로 관광의 핵심은 지금부터다.

오슬로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명소가 세군데 있다.

첫 번째가 노벨 평화센터다.

문학·경제·화학 등 총 6개 부문의 노벨상 중 5개는 스웨덴에서 열린다. 그러나 세상의 평등과 평화를 기원하는 노벨의 출생지인 노르웨이 사람들의 뜻대로 노벨평화상 시상식만 이곳 오슬로 노벨평화센터에서 열린다.

아름다운 요트 항과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에게브리지 거리 끝에 위치한 노란색 건물은 언듯보면 조금은 초라해 보일 정도로 작다. 그러나 노르웨이 사람들은 규모보다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전통을 더욱 중요시 한다. 지금은 지난해 수상자인 오바마를 기념해 ‘From King To Obama'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며 인류평등을 주장한 마틴 루터 킹목사부터 흑인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된 오바마까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2층에는 전체 수상자의 얼굴과 프로필을 담은 역사관이 있다. 2000년 수상자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랑스럽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래쪽 모퉁이에는 고풍스런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차별 없는 세계평화를 염원하며 커피한잔, 운치 있어 보인다.

두 번째는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Scream)'다.

노벨평화센터에서 약 1Km 정도를 나서면 내셔널갤러리가 나온다.
뭉크는 생전에 모두 4점 절규를 남겼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두 점만 남아있다. 한 점이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돼 있는 절규고, 또 한 점은 뭉크 박물관의 절규다.

나머지 두 점은 행방을 모른다고 한다. 특별한 점은 네 작품 중 이곳 내셔널갤러리의 작품만 유화로 그린 작품이다. 2층 중앙에 특별히 전시된 뭉크의 19작품 중에 절규가 포함돼 있다. 뭉크는 절규를 통해 몸을 과장되게 S자 모양으로 왜곡시켰으며, 입을 벌리며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하고 있는 자신을 담았다.

이 작품은 그의 자화상이자 불안한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 옆으로 ‘마돈나’도 전시돼 있다. 2004년 절규와 함께 도난당했다가 처분을 하지 못한 도둑이 다시 돌려줘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마돈나는 뭉크가 절규를 완성한 후 목탄 습작을 거쳐 1894~1895년경에 유화로 완성했다.

여자의 요염함과 성적인 매력으로 남자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만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어둡고 침침한 배경색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 이면에 감추어진 죽음의 그림자를 드러낸 것이다. 마돈나와 메두사를 합성했다고 보면 어떨까?
해석이야 둘째 치고 먼 노르웨이까지 와서 눈이 큰 호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들러야 할 곳이 뷔겔란드 조각공원이다.

구스타프 뷔겔란드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조각가다. 조각공원내에는 40여 년간 심혈을 기울인 262개의 조각 군과 671개의 인물상이 있다. 주로 청동과 화강암, 주철을 소재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했다. 두 줄로 늘어선 거대한 소시나무 터널을 지나면 다리가 나온다.
 
다리 양옆을 60여점의 청동 조각품이 늘어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중간에 있는 ‘성난 소년(Angry Boy)’는 도둑맞았다 되찾은 작품으로 발목부분에 용접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다리를 건너면 6명이 인물이 떠받치고 있는 분수대가 나온다. 여름에는 분수 쇼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네 모퉁이에 나무를 머리에 이고 인생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형상화한 작품이 나온다. 자세히 보면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표정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공원의 끝에는 아라베스크처럼 거대하게 솟아있는 ‘모노리스’라는 작품이 서있다.

모노리스란 '하나의 돌(통돌)'이라는 뜻이다. 13년에 걸쳐 완성한 뷔겔란드의 대표작이다. 17m 높이의 180t 화강암에 정상을 향해 안간힘을 쓰는 121명의 남녀군상이 조각돼 있다. 인생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는 원초적인 감성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뷔겔란드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6개월 후 운명을 달리했다.

오슬로(노르웨이)=글·사진 윤용환 기자happyyh63@

Tip : 노르웨이는 북해에서 생산되는 원유 덕에 국민소득 4만6000달러의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노르웨이어를 쓰지만 대부분 영어가 통한다. 국민성도 친절하다.

그러나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맥도널드의 빅맥 햄버거 한 개가 75~85크로네(우리나라 돈으로 1만5000원), 펍(Pub)에서 안주 없이 맥주 1000CC만 마셔도 4만원이 훌쩍 넘는다.

같은 유럽 사람들도 ‘악’소리를 지를 정도다. 혹시 부담 없이 쏘겠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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