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를 찾아서… 오기영 개인展 '도시- 사라진 풍경'

2010-04-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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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영 作 사라진 도시1, 장지, 안료, 염료, 콩즙 91x21cm, 2010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도시 개발은 공간을 획일화 시키고 있다. 그것은 현대인들의 생활수준을 크게 향상시켜 준 반면, 수십 년 동안 집적된 공간들을 무차별적으로 획일화시켜, 그 공간의 주인인 사람들에게 소외와 번민을 던져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현대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부각시켜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그린 오기영의 개인전이 인사동 쌈지길(주식회사 인사사랑) 갤러리 밥(Bob)에서 14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우선 오기영의 작업 모티브는 사라져가는 도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부서지고 획일화되는 도시, 나아가 그로 인한 현대인들의 고독과 소외,그리움을 표현했다.
 

   
 
오기영 作 사라진 도시3, 장지, 안료, 염료, 들기름, 콩즙 44x30cm, 2010
 작가가 표현하는 도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화려한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그린 도시는 형광색색의 도시 불빛은 없고, 적적하고 외로운 산동네 판자촌이거나 뒷골목 이미지다. 재개발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이 살던 빈촌의 이웃집들처럼 정겨운 느낌도 든다.

 재료와 기법 측면에서는 작가 고유의 탐구적인 수작업이 눈에 띈다. 작가는 평면 회화의 관습을 탈피해 전통적인 도구로 현대적 감각을 표출했다. 특히 화포 위에 천초(茜草)·소목·감귤 등의 천연 염료로 전통 닥종이와 장지, 광목을 염색해 화포 위에 배접한 것이 그렇다. 그 후 판화로 도시풍경을 전사한 후 부분적으로 긁어내고 찢어내는 작업과정을 반복했다. 겹겹이 바른 종이에 엷은 빨강·파랑·주황·갈색 염료의 은은한 발색효과로 인해 전통적 미감이 드러난다.

 이런 미감은 보는 이에게 창호지 틈으로 도시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보일 듯 말듯 안개가 낀 것 같은 풍경은 작품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눈앞에 있는 듯 없는 듯 한 효과는 작가가 의도한 사라져가는 풍경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는 데 도움을 줬다. 또한 현대사회의 산물인 기계적 인쇄술을 빌림으로써, 주제에 대한 작가의 부정적인 시각을 구현했다.

 부드러운 색감과 종이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마감처리로 화면은 자연스럽고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화면 너머의 도시개발로 인한 어두운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놓치지 않고 표현했다. 문의 736-0900.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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