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여성시장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소비력이 있는 전 세계 여성은 10억명에 달한다. '별천지'로 불리는 인도와 중국보다 시장 규모가 더 크다는 얘기다. 여성의 소비력은 향후 5년새 5조 달러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BCG가 제시한 구체적인 수치는 더 매력적이다. 우선 2006년 기준 결혼한 미국 여성 중 71%가 직장인이다. 또 56%는 한 살 미만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활발한 사회활동 중에도 여전히 88%는 장을 보고 있고 84%는 손수 세탁을 하고 있다. 77%는 가계 살림을 주도하고 있다.
경영능력도 탁월하다. 미국 기업 가운데 여성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40%에 달하는데 여성이 소유한 기업은 다른 회사에 비해 두 배 가량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여성의 소비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비단 소비력뿐 아니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1000대 기업 임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3%도 안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개국 16개 업종 600개 대기업 인사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급 여성 인력 비율은 5%에도 못 미쳤다.
중국과 인도시장의 잠재력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만 해도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터를 잡은 지 오래다.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의 중간인 '퍼플오션'쯤 되는 셈이다.
'손타지 않은 시장은 없을까' 고민한다면 여성시장이 제격이다. BCG는 지난해 9월 출간한 '여자들이 원하는 게 더 많다(Women Want More)'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통해 일생일대의 기회를 노린다면 '여심(女心)을 잡으라'고 강조했다.
여성시장을 선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BCG는 '4R'에 답이 있다고 귀띔했다. 인식(Recognize)ㆍ조사(Reseach)ㆍ반응(Respond)ㆍ정제(Refine)하라는 주문이다.
우선 여성 전용 상품ㆍ서비스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를 어떻게 파고 들어야 할 지 파악하는 게 관건이다. 지름길은 여성이 느끼고 있는 3중고에 공감하는 것이다. 3중고란 '시간이 부족하다' '역할이 충돌한다' '내 시간이 없다' 등이다.
다음은 철저한 시장조사다. 여성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전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제품의 사용빈도와 사용벽, 사용자의 반응,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했다 경쟁사의 것으로 눈을 돌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이다.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찾아볼 수 없는 파괴적인 혁신에 나서는 게 반응의 열쇠다.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고 한 차원 다른 자원을 가지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존 브랜드나 제품과의 차별성이다.
끝으로 정제는 여성을 특화된 고객군으로 재정립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는 게 좋은 예다.
BCG는 여성이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기업이라야 여성 중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보통 개인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지만 여성은 기술과 기능, 감정적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문에 이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나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신중하게 구매 결정을 내린다는 설명이다.
결국 여성 공략 비결은 떠들썩한 마케팅보다는 제 값을 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고 BCG는 강조했다.
raskol@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