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그래도 희망의 빛이 보인다"

2009-12-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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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매출은 추락했고 수익은 증발했다. 악몽같았던 한 해가 저물고 있지만 새해 경기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구름 언저리에서 '실버라이닝'을 포착해낸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경기침체 속에서 교훈을 얻은 이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전한 올해 경험과 이들이 찾아낸 희망의 근거를 소개했다.

미국 건설중장비업체 캐터필러의 짐 오웬스 CEO는 올해 보이스카우트 정신의 위력을 실감했다. 다름아닌 '준비'다. 오웬스는 2005년 28개 전 사업부문에 25년래 최악의 침체를 가정하고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2007년 이후 경기가 곤두박질쳤지만 캐터필러는 위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 호황기에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면서도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등 준비태세를 유지한 덕분이다. 오웬스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건설 특수에서 새해 희망을 찾고 있다.

캐롤 바츠 야후 CEO에게 위기는 변혁의 기회가 됐다. 그는 지난 10월 커뮤니티 사이트 지오시티를 폐쇄하는 등 수익성이 달리는 사업 부문을 털어냈다. 광고예산을 줄이고 감원에 나서는 등 비용절감에도 박차를 가했다. 지난 1월 야후에 합류한 바츠에겐 상당한 부담이었지만 그는 "최악의 경기가 회사의 관성을 제거할 수 있는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바츠는 내년 경기에 대해서는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두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실업률과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골칫거리란다. 다만 그는 "경영환경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는 만큼 사업부문을 재정비한 것이 공식 웹사이트와 야후메일에 집중하는 데 탄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차이나반케의 왕시 회장은 중국의 부동산 거품 속에서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발견했다.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차이나반케의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었다. 순이익 역시 30% 뛰어올랐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만해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3분의 1이 부도위기에 처해 있었던 데 비하면 대반전이다. 그러나 왕시 회장은 다시 신용거품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그가 최근 들어 부쩍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왕시 회장은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는 "중국은 여전히 도시화가 한창"이라며 "대도시 인근 30개 위성도시 부동산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WSJ은 고유가와 승객수 감소에 맞서 '공짜 가방'에 승부수를 둔 미국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개리 켈리 CEO와 핵심 제품에 집중한 휴 그랜트 몬산토 회장 등의 사례도 소개했다. 사우스웨스트는 '수하물 무료' 정책을 고수해 저가항공 이미지를 굳혔고 몬산토는 제초제와 해충에 내성이 강한 콩과 옥수수 종자 개발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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