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크레딧에도 자금 쏠림 현상 우려

2009-12-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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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크레딧 지원 자금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비영리단체(NGO)에 기부를 해왔던 주요 은행 및 대기업들이 미소금융사업으로 방향을 틀면서, 비영리단체 기부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비영리단체인 신나는 조합과 사회연대은행에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지원하고 마이크로크레딧(저소득·저신용자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함께 운영해왔다.

여기에는 삼성이웃사랑성금 조성과 농어촌 빈곤가장 자활자립을 위한 프로그램, 국민은행의 이미용 창업 자금 지원 등이 포함된다. 

금융권과 비영리단체들은 장기적으로 후원기업의 기부금이 미소금융재단 쪽으로 몰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똑같은 기부금을 제공하더라도 미소금융재단은 기부금의 50%를 소득공제 해주고 지정기부금 단체의 경우 15%만 해준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소금융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A은행의 관계자는 "수익을 내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부금이 같을 경우 소득공제를 더 많이 해주는 쪽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비영리단체보다는 제도권 금융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을 지원할 수 있고 홍보도 더 잘돼있어 가시적인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자금의 쏠림 현상은 미소금융사업 실시 전부터 말이 나왔던 사안"이라며 "국회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기부금의 쏠림현상을 우려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중소서민금융과 관계자는 "비영리 단체와 미소금융을 경쟁 혹은 대결구도로 가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전체 시장을 놓고 볼 때 마이크로크레딧 사업 자체가 확대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연대은행 관계자는 "미소금융사업 때문에 기부금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현재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금의 쏠림 현상 뿐만 아니라 미소금융사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호 국제정책대학원(KDI) 교수는 "자금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기존 비영리단체와 후원기업이 하던 사업이 중단되거나 혹은 혜택을 받던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비영리단체와 미소금융사업의 지원대상이 겹치지 않도록 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만 "이제 미소금융사업이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미소금융사업은 십년 이상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진행해 온 비영리 단체의 노하우와 장점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미소금융사업은 자금 공급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저소득저신용자의 자활의지를 돕는 사후 컨설팅을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미소금융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공적
책임감을 가지고 서민을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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