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가 다가온다...수출 기업 생사의 갈림길

2009-12-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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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이 크게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패러다임 전환을 성공한 기업들은 더 높은 시장지배력과 성장을 달성하고 있지만,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각 국가의 환경 규제를 철저히 파악한 후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미래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 차이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각 국가나 지역연합 등은 자국의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소비절약이나 대기오염물질 감소 등을 위해 강화된 환경규제는 실질적인 무역기술장벽(TBT)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수출에 경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 국가 정상들은 '보호주의로의 회귀'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내면서 일치된 행동을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 등을 통해 자국의 산업을 살리려는 움직임은 계속 확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7년 발생한 미국과 중국 기업 사이의 완구제품의 납 함유 사건이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완구회사인 마텔은 중국 현지공장을 통해 생산한 자사의 제품에 과다량의 납의 함유를 확인하고서는 대대적인 리콜을 시행했다. 

미국의 페인트 납 관련 규제치는 600ppm(0.6%)로 규정돼 있는데, 이 기준을 맞추기가 어려웠던 마텔사의 중국 주문자생산방식(OEM) 업체들은 대부분 파산하고 말았다. 가장 큰 OEM 회사 사장은 자살하기도 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2004년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위해 각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비관세장벽 중 36%가 기술장벽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장벽은 보통 일정한 에너지효율이나 환경기준을 설정하고,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품 등에는 시장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EU는 내년까지 새로운 환경 규제를 50여개, 2020년까지 90여개를 추가할 방침이다.

당장 EU는 내년 1월부터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통해 등록, 허가 받아야 하는 고위험성 물질을 15개 추가해 적용할 방침이다.

이귀호 국제환경규제 기업지원센터장은 "1차 15개 고위험 물질은 우리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등재된 15개 물질 가운데에서는 우리업체가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물질이 3~4개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문제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대응은 환경 변화에 비해 매우 느리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으로 자리메김하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를 봐도,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7월 녹색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2015년 승용차 연비목표 17.0km/L를 미국의 연비시험방식으로 바꾸면 14.km/ℓ가 된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의 기업평균연비 기준(CAFE)보다는 높으나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의 규제 기준(CARB)에는 미치지 못한다.

또 유럽이나 일본 등 주요 경쟁업체 국가들의 기준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유럽은 기업별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약 목표가 판매한 차량의 평균 중량에 의해 정해지는데, 이는 소형차와 경유승용차의 판매비중이 높은 유럽에는 유리하지만 중대형 승용차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는 크게 불리하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수혜 산업인 자동차 부문 역시 환경규제로 고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중소기업의 준비는 더욱 부족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 12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3%만이 환경담당 전담조직을 갖추고 있었다.

여러 경영과제 중에서 환경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질문에서 '다른 경영과제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73.4%)에 비해 매우 미미한 대응이다.

이정현 한국섬유기술연구소 환경센터 팀장은 "REACH는 화학물질, 혼합물, 완제품 등으로 구분해 각각의 이행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 다수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어느 물질로 분류가 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며 "분류된 물질별로 어떤 이행사항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미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 대응이 가시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점도 일조하고 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08년부터 이산화탄소 비출량이 적은 차량 구입에 대해서는 5000프랑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배출량이 많은 차량 구입에 대해서는 2600프랑의 과징금을 부과해오고 있다.

실제 자동차 소비자가 차량 구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이나 부과금, 보조금 등의 지원과 벌칙을 통해 정책 성과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정부는 지난 1988년부터 국가소유 화학물질 독성자료를 국내외 기업들이 REACH 등록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사용을 허가하는 수준의 '소극적' 대응에 머물러 있다.

이 팀장은 "제품 환경규제는 사전에 제대로 대응한다면 해당 기업의 그린오션 창출의 기회로 작용하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다면 기업의 생존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제공을 원스톱 서비스로 지원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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