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쌀 재고 관리 능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올 들어 쌀 수확량 예측을 잇따라 실패하면서 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쌀 소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쌀농사가 풍년이 든 가운데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인데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거듭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91만6000t으로 지난해 484만3000t보다 7만3000t이 많다. 이는 지난 9월 농림수산식품부의 예상 규모보다 26만t 가량 차이가 난다.
당시 농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량을 465만t으로 전망하면서 수매 물량을 지난해보다 23만t 늘려서 수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통계청 예상 쌀 생산량 조사에서 468만2000t으로 나타나면서 농식품부는 10만t을 추가 매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최종 생산량이 491만t을 넘자 다시 추가로 23만t을 매입하겠다는 보완대책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정부 조치로 쌀값이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쌀값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총 71만t의 쌀을 매입했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진 풀지 않을 방침이다.
당초 예상한 양곡연도 말(10월 말) 기준 쌀 재고 82만t을 감안하면 쌀 재고는 150만t을 넘는다. 쌀 의무수입물량(MMA)도 7만t까지 늘었다.
쌀 10만t을 보관하는데 연간 제반비용이 3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축미 관리에만 연간 4500억원이 넘게 들어간다.
문제는 미곡처리장과 양곡창고에 쌓아놓은 쌀을 시장에서 소비시킬 방안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정부 비축미와 수입쌀을 싸게 가공용으로 공급하는 등 쌀 소비 확대 방안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다만 이 같은 정부 계획이 성과를 거두더라도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북한 쌀 지원이 재개되면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제3차 서해교전이 빚어지는 등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 또한 현실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형 쌀 유통회사 설립 추진과 함께 안정적인 쌀 수급의 대안으로 쌀 선물시장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된 쌀 시장의 특성과 쌀값이 급락하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한국적 현실에서 쌀 선물시장 도입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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