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정책당국의 '미스매치'가 모처럼 맞은 호기를 잃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현 정부가 출범할 때 내건 의도대로 감세정책에 따른 선순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중산·서민층 끌어안기'를 위해서라도 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정부가 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강을 비롯한 대형 국책사업의 재원마련이 어렵자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펼치려 한다고 꼬집고 있다.
◆ 임투세 하필 왜 이때 폐지?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며 지켜온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공제) 폐지'는 정부의 감세정책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의 말대로 임투세는 20년간 유지돼 온 제도로 대기업의 보조금화됐다는 지적이 일견 수긍할 만하다.
작년만 해도 전체 2조원 가운데 54%에 해당하는 금액을 10대 기업이 독차지하는등 대기업에 73%의 혜택이 돌아갔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 조차도 임투세 폐지는 현 정부의 감세기조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정책적 오류라고 재고를 요청하고 있을 정도다.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정부가 기업을 신바람나게 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기(氣)를 꺾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 또는 서민층에게 돌아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 2% 인하로 인한 설비투자액 증가보다 임투세 폐지에 따른 설비투자액 감소가 훨씬 클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설비투자액 증가는 작년대비 3.97% 늘어난 1조8554억원인 반면, 같은 기간 임투세 폐지에 따른 설비투자액 감소는 4조4925억원으로 훨씬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진 의원은 "현재 경제 상태가 회복국면을 지나지 못한 가운데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에서 무조건 전면폐지하는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한시적 일자리만 늘린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의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고용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경제의 선순환 고리인 고용이 줄면서 '고용없는 성장'이 우려된다는 경고로 이는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
작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정부가 사상초유의 추경까지 편성하는 재정확장정책을 통해 올해 1분기 0.1% 성장을 시작으로 2분기 2.6%, 3분기 2.9%라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취업자수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4분기 -0.6%에서 올해 1분기 -1.5%, 2분기 -0.9%, 3분기에도 -1.4%의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의 고용난은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지난 9월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만4000명(5.4%) 줄어 카드대란이 발생했던 2003년 4월 33만4000명 감소한 이래 최대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상반기까지 투입해 '희망근로프로젝트'와 '청년 인턴' 사업에 올인하기로 했지만 근원적인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
민간 경제연구소 한 전문가는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감세정책 등에 따른 선순환 구조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경기회복기에 무리한 재원확보에 나서기보다는 기업의 기를 북돋는 정책을 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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