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면책 벗어나도 불이익 여전…업계·당국 책임 공방

2009-10-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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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면책자들이 특수기록 삭제 후에도 금융거래에 있어 여전히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기관과 신용정보업체의 잇속 챙기기에 금융소외자의 조기 회생을 지원하는 면책제도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20일 금융권과 신용정보업체에 따르면 파산·면책 기록이 삭제된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신청 요구가 금융기관에 의해 거절당하고 있다.

지난 2일 신용정보법 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파산·면책 기록의 보존 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법원의 면책 판결을 받은 후 5년이 지나면 기록이 삭제돼 정상적인 금융거래에 나설 수 있다.

자영업을 하는 김영만(38, 가명)씨는 지난 9일 파산·면책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업체 전산에서 파산·면책을 의미하는 특수기록 1201(현재 공공기록으로 명칭 변경)이 삭제된 것이다.

김씨는 W은행을 방문해 신용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출한도와 거래기록이 부족한 데다 과거에 법원의 파산·면책 기록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신용등급이 7등급에 해당돼 대출이 가능할 줄 알았다"며 "대출이 거절당한 것도 억울하지만 이미 삭제된 기록이 금융거래 과정에서 계속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A캐피탈에 중고차 할부금융을 신청했던 최진용(43, 가명)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파산·면책에 의한 특수기록이 발목을 잡았다.

최씨는 "상담원이 대뜸 파산 기록을 들먹여 당황했다"며 "면책받은 지 5년이 지나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업체 전산에서 기록이 없어졌는데 캐피탈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해당 금융기관과 신용정보업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W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체 데이터베이스(DB)가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용정보업체의 기록에 의존하고 있다"며 "신용정보 조회시 파산 기록이 나왔다면 신용정보업체 측의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용정보업체 측은 5년이 지난 파산·면책 기록은 삭제된 것이 확실하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용정보업체 고위 관계자는 "대형 금융기관의 경우 신용정보업체를 거치지 않고 은행연합회에서 광범위한 신용정보를 직접 받아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용정보업체의 전산에서 삭제된 특수기록을 언급했다면 거의 확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판결 기록을 모은 '관보정보'를 활용하는 금융기관도 있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전산에 없더라도 관보정보를 이용하면 파산·면책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며 "관보정보 이용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미 신용정보가 삭제된 상황에서 관보정보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조만간 개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문제가 있다면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를 통해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은행과 관계자는 "특수기록이 삭제됐다면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한 만큼 파산·면책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겠다"며 "신용정보 관리 체계가 변경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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