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꺼진 환율, 당국의 다음 카드는?

2009-10-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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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연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은 구두개입 및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 등을 벌이고 있지만 환율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당국이 환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날개없이 추락하는 환율 '왜?'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40원 하락한 1170.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에 이어 연중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한 것이다.

원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는 지난 2분기부터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달 24일에는 1195.40원을 기록하며 심리적 방어선인 1200원선을 무너뜨렸다. 그 뒤에도 좀처럼 오를 줄 모르며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이 예상한 하반기 평균 환율 1170원선을 4분기 첫달인 10월 초부터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이같은 환율 하락은 △외국인의 채권매입 자금 대량 유입 △국내 증시의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 편입 △미국의 저금리 기조로 인한 달러화 약세 △국내 경제 회복세 △경상수지가 흑자기조 유지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당국개입 '진통제' 수준에 불과

환율이 이처럼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자 외환 당국의 발등이 불이 떨어졌다.

환율 하락은 국내 경제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 경쟁력을 악화시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적극적인 구두 개입과 미세조정을 통해 시장 간섭에 들어갔지만 현재로서는 그 효과는 크지 않다.

지난 1일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환시장 쏠림현상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필요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 추정으로 20억 달러에 이르는 매수 개입도 병행됐다. 이에 힘입어 이날 장중 116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1181.40원으로 1180원대를 지키며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추석이 끝나자마자 환율은 다시 내리막을 그렸고 이번에는 한국은행이 나섰다.

5일 안병찬 국제국장은 "시장의 심리가 하락 쪽으로만 쏠려 있다"며 "한은은 정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날 환율은 1160원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하며 4.60원 내린 1173.70원으로 하락폭을 줄였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진통제' 수준에 불과한 조치로, 앞으로 환율 하락 가능성이 큰 만큼 기조적인 하락세를 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한은의 발표에 따르면 외환보유고가 10개월 만에 2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안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국내 주식시장의 섬머랠리를 이끌던 외국인도 5일까지 8거래일 동안 1조906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환율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 정부가 앞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쓸만한 카드는 마땅히 없어 보인다. 시장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환율을 안정시키는 구두개입 및 미세조정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창구지도'나 달러를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이는 시장 기능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사용하기 어렵다. 또 이미 사용했던 조치들과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에 정부는 최근 환율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채권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한다는 계획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최근 환율은 주식시장이나 달러가치 흐름과 별개로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채권자금에 의한 환율 움직임은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환율 하락의 주범을 지목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압박해 환율 추가하락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 및 중앙은행의 이 같은 환율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환율, 금리 등의 정책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시장에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환율 하락을 우려해 채권 시장을 압박할 경우 풍선효과로 다른 곳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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