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이 하반기 신용공급 규모를 줄이면서 '연착륙'을 위한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단순 제조업 뿐 아니라 문화산업과 지식기반서비스산업, 녹색성장산업 등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진병화 기보 이사장은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보증 규모를 줄이겠다"며 하반기 기금 운용 방향을 '확대된 보증규모 연착륙'으로 제시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양적인 확대에 치중해왔지만 앞으로는 질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올해 기보의 총 보증 규모는 17조1000억원으로 당초 계획이었던 14조5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전체 보증 규모(12조5000억원)보다도 4조6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진 이사장은 "보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계기업의 수명을 불필요하게 연장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신규 보증은 물론 기존 거래업체에 대해서도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적용해 한계기업을 걸러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보는 현재 3억7000만원 수준인 업체당 평균보증금액을 지난 2007년 평균인 2억5000만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또 장기 및 고액보증업체의 경우 지원 성과와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해 선별적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보증 이용기업에 대해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더욱 강력하게 실시키로 했다. 지난 2월 시행된 이 프로그램은 이용기업을 4개 그룹으로 나눠 기술개발과 경영개선 등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진 이사장은 올해 말까지 예정돼 있는 보증 만기 연장을 지속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정부의 출구전략과 보조를 맞추겠다"며 "개인적으로는 올해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예상한 보증부실률(7.4%) 이내에서 보증을 관리하겠다"며 "보증 수요가 줄었을 뿐 신규 보증은 아직 20% 정도 여유가 있어 한도가 바닥나 대출을 해주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이사장은 전체 보증 규모는 축소하되 정부가 성장동력으로 지정한 산업에 대한 지원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보의 업무 영역은 제조업 뿐만 아니라 문화, 지식 등도 포함된다"며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개발(R&D) 분야 등 기보 외에는 지원하기 어려운 분야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기보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산업에 3년간 500억원의 보증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녹색성장기업에도 2013년까지 총 10조300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 8월 말까지 1436억원을 지원한 R&D 분야에도 10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진 이사장은 "리스크가 큰 분야인 만큼 조심스럽게 추진할 것"이라며 "금융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불모지를 지원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진 이사장은 노사간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신입 직원의 초임을 23% 삭감하기로 했으며 노조와의 협상이 남았다"며 "아직 입장은 다르지만 좋은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