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진정되고 국내 경기가 완만한 상승세에 접어들며 통화 확장을 거두는 출구전략(Exit Strategy)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통화정책당국인 한국은행은 통안증권발행, 외환스와프자금 회수 등을 통해 이미 제한적 통화량 조절에 돌입했다. 또 시장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어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아직 실물에 흡수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섣부른 유동성 환수는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은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출구전략, 이미 낮은 단계에서 시작됐다
한국은행은 경기 침체가 마무리되기 시작한 지난 4~5월부터 시장에 풀린 유동성 직접 환수하기 시작해 이미 제한적인 출구전략에 돌입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3~4개월 동안 16조8000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환수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시장에 공급한 통화 유동성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한은은 지난해 9월 리만브라더스 사태 이후 RP매입, 총액한도대출 증액, 채권시장 안정펀드, 자본확충펀드 등을 통해 총 27조5000억원을 시장에 공급했다.
또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외환스와프 자금 163억5000만 달러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117억5000만 달러를 지난달 회수했다. 현재 시중에 남아있는 외환스와프 자금은 46억 달러 수준.
또 통화안정증권을 총 168조원 발행함으로써 시장의 화폐 유동성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지급준비금 비율, 총액한도 대출 등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통화량 조절 수단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 기준금리 인상, 언제쯤에나…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들이 봄날을 노래하고 정책 당국이 출구전략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물 경제에 유동성 흡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등 하방리스크가 혼재해 현 경기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 경기 상황을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은이 올 4분기 경제를 지켜본 뒤 내년 초에나 출구전략 논의를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진호 하나금융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들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출구전략을 언급하기에는 이르며 본격적인 논의는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시중 유동성이 과잉이라고 판단하지만, 유동성 대부분이 단기자금에 머물고 있어 실물의 도화선 역할을 못하고 있어, 당분간은 풍부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한국은행이 소극적 출구전략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준금리를 손댈 때는 거시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 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출구전략 이후의 금융시장은?
출구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지금의 금융위기가 마무리 된다면 금융의 리스크 관리나 금융 안전망 등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과 같은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향후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안전기능 확충과 감독기능 강화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자기 나름대로의 강력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건전성을 유지해 왔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개별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및 금융감독체계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앞으로 개별 산업 전반에 대한, 각 금융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 등 체계적이고 세분화한 감독 체제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으로 은행의 유동성 악화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질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 올 해 안으로 파생상품 종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대한 종합 평가를 벌일 계획이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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