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전통적인 금융기법에 대한 윤리적 반성이 이뤄지면서 '이슬람 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26일(현지시간) 런던발 기사에서 '이슬람 금융'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유럽에서 이슬람 금융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위 과정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이슬람 금융' 기법으로 오가는 돈의 총액은 현재 7000억 달러 가량이다. 무디스는 이슬람 금융이 4조 달러의 잠재적인 시장을 가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익 지향적인 서구의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대신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이슬람 금융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더럼대학의 하비브 아메드 교수는 "이슬람 금융 수업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서 규모가 매년 15~20% 가량 성장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인 금융산업에 대한) 대안을 찾는 분위기에 힘입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더럼대학은 오는 10월 이슬람 금융 전공 석사 과정을 대학원에 개설할 계획이다.
아메드 교수에 따르면 이슬람권 국가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많은 비(非) 이슬람권 나라들 역시 이슬람 금융을 장려하고 있다. 이미 로이드, HSBC, 도이체방크 등 유럽계 은행을 중심으로 한 서구 금융권이 틈새시장을 노려 이슬람 금융상품 판매전에 나선 상황이다.
이슬람 금융과 전통적인 서구 금융산업 간 중요한 차이점은 이슬람권 은행들이 이자를 부과하지 않으며, 이슬람교 원리에 따라 대출자와 은행 간의 '정의'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슬람 금융학자인 알리 코르시드는 "전통적 금융산업은 은행에 (힘이) 집중돼 있으나 이슬람 금융은 두 당사자 간의 평등한 윤리적 관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슬람 금융은 사람이나 환경을 해치는 투자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윤리적 투자' 방식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이슬람권 경제학자들은 이슬람 금융의 원리들이 지켜졌다면 금융 위기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슬람의 은행들은 모기지증권(MBS)이나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서구에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파생상품들을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위기를 비교적 대과없이 지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이들은 평가한다.
이슬람 금융학자 알리 코르시드는 이슬람 금융이 두터운 리스크 관리 기술을 갖고 있어 일반 은행들이 취약한 문제로부터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이슬람 금융의 원리들을 살펴보면 종교적인 이유보다 경제적인 이점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이슬람 금융이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윤리적 금융"이라고 평가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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