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이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수익을 챙기는 기업은 '다다익선'을 신조로 삼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짓수가 늘어난 만큼 수익이 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은 상품과 서비스는 경기침체로 한 푼이 아쉬워진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더할 뿐이다.
형형색색의 화단에서 '잡초'를 제거하는 '복잡성 관리(Complexity Management)'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복잡한 생산라인을 단순화하고 실적이 뒤쳐지는 상품을 기업 포트폴리오에서 솎아내는 작업이 복잡성 관리다. 기업들이 복잡성 관리를 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복잡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뭔가 새로운 관리기법이 절실한 때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AT커니는 최근 낸 '이그제큐티브어젠다(Executive Agenda)' 12호에서 복잡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똑똑한 복잡성'을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 중요한 게 '줄일게 무엇인지'보다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되묻는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복잡성을 확대시켜 놓고 가지치기에 나서기보다 처음부터 꼭 필요한 가지만 덧붙이라는 얘기다.
기업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꼽으려면 무엇보다 기업 내부의 통합이 전제돼야 한다. 역할에 따라 복잡성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생산이나 납품, 유통 등을 담당하는 운영부문은 비용에 민감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품의 다양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반면 마케팅 담당자들은 상품이 다양해지면 기호가 제각각인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울 수 있어 매출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 운영부문에 복잡성 관리를 맡기면 매출이 줄고 마케팅 부문이 복잡성을 관리하면 비용이 늘어나는 결과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AT커니는 기업 구성원들이 성장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최고경영자(CEO) 주도 아래 각 부문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성장과 복잡성의 함수 관계를 되짚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야 해당 부서의 시각에서 벗어나 조직 전체를 위한 객관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은 보통 최소유지상품단위(SKU·Stock Keeping Unit) 조정을 통해 복잡성을 관리해왔다. 일례로 샴푸 10종 가운데 4개 제품이 전체 샴푸 매출의 80%를 담당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나머지 6종의 생산을 중단하는 식이다.
상당히 합리적인 방식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4개의 제품이 전체 샴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동일한데 반해 경쟁업체가 그보다 더 적은 수의 제품으로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그렇다. 해당 기업은 비용이 더 드는 만큼 샴푸 가격을 높이거나 마진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AT커니는 이처럼 '꼬리 자르기'로 복잡성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말로 필요한게 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판을 크게 벌리기 전에 실적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게 뭔지 심사숙고하라는 주문이다. AT커니는 이를 정원 가꾸기에 빚대 잡초가 정원을 망칠 수도 있지만 너무 촘촘하게 심어진 화초들도 태양과 물, 영양분을 두고 다투다 스스로 시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비용 절감 대상을 납품 과정에서 찾는다. 원자재와 부품의 가짓수나 운반 및 재고비용 절감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물론 복잡성 관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기업들은 연구개발(R&D)이나 영업 마케팅 회계 등에 드는 비용은 복잡성 관리와 무관한 고정비용으로 여긴다.
복잡성이 '고정비용'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하고 있는 샴푸의 가짓수가 늘어나면 납품 비용은 물론 영업이나 마케팅 비용 역시 증가하는 게 당연하다. 반대로 복잡성 관리가 잘 이뤄지면 적은 비용으로 보다 효과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AT커니는 이밖에 지속적인 복잡성 관리를 강조했다. 어쩌다 한번씩 잡초를 제거하기보다는 잡초방제매트를 깔아 잡초를 원천봉쇄하라는 것이다. 이 매트를 뚫고 나와야 비로소 정원의 화초로 가꿔질 수 있듯이 기업도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전에 비용과 시장성, 기존 상품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따져보라고 AT커니는 주문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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