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비하는 CFO의 자세

2009-07-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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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자금 경색이 심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아진 게 기업 내 자금을 관리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다.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 제한된 자금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들은 기업 생존을 위한 '응급처치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경기 바닥론이 살짝 고개를 들면서 기업들은 하나둘 경기 회복에 대비하고 있다. 경기 상승세의 고삐를 누가 먼저 잡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위기의 끝자락이라고 해서 CFO의 역할이 축소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세계 신용시장은 불투명하고 경기 회복 시기를 정확히 점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불확실성의 터널 안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희미하게 나마 터널의 끝을 본 이상 새로운 기회와 그에 따른 리스크 정도는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최근 '맥킨지쿼털리' 온라인판에 CFO가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와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10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먼저 유력한 경기회복 모형을 꼽는 게 중요하다. 현재 경기 바닥론이 힘을 얻고는 있으나 그 바닥이 얼마나 지속될지 어떤 유형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기업 몫이다. 향후 1~2년 안에 경기가 회복되는 경우와 장기침체에 빠지는 경우에 대비한 경영 전략은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각각의 경기 회복 모형을 바탕으로 임금과 물가상승률 실업률 국제무역 환율 등에 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참고로 거시경제학자들은 L, U, V, W자형 모형 가운데 W자형 모형을 유력한 경기회복 모델로 꼽고 있다.

CFO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불황기에는 경영 지배구조 및 조직 개편, 비효율적인 사업부문 매각 등 다방면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쉽다. 조직원들이나 정부, 납품업체 모두 불황에 따른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 상황은 반전된다.

따라서 CFO는 경기회복에 앞서 구조조정이 최적화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해야 경기 회복기에 사용할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공급망의 유연성도 되짚어 봐야 한다.

지난해 기업들은 경기가 더 악화될 것에 대비해 납작 엎드렸지만 올해 경영자들은 언제 경기가 되살아 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회복기로 접어들면 비용절감과 자본 확충에 초점을 뒀던 기존 전략은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발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 CFO는 공급망이 경기회복기에 늘어나는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인수합병(M&A)이나 제휴 대상 리스트를 뽑는 일도 CFO의 몫이다.

경기침체로 기업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면 저평가됐던 기업 가치는 크게 오르게 된다. 때문에 경기가 회복세가 뚜렷해지기를 기다렸다가는 저평가된 알짜 기업 매입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경기 움직임보다 먼저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선행지표인 주가 등을 근거로 M&A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맥킨지는 조언했다.

M&A가 부담스럽다면 비슷한 처지에 놓인 기업들과 제휴를 맺거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기회복을 뒤늦게 탄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면 새로운 시장환경에 보다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밖에 맥킨지는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문의 매각 계획을 세우고 경기회복기에 필요한 자금 및 인력 확보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기회복기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꼽아보고 이에 대비한 경영전략을 세워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맥킨지는 강조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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