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시간 넘게 진행한 외신기자 간담회는 외신과 '소통'의 창을 열기 위한 데뷔전이었다.
특히 최근 일부 외신들이 한국의 어려움을 과장 보도하는 경우가 잦은 상황에서 윤 장관이 외신기자들과 마주한 상견례 자리라는 점에서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다.
이날 윤 장관은 12시쯤 도착해 참석한 외신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금융감독위원장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일부 기자들과 영어는 물론 일본어, 중국어까지 구사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간담회 현장에는 23개 외신매체를 포함해 100여명의 내외신기자들로 북적였다. AP.AFP.로이터.블룸버그.파이낸셜타임스.아사히신문.니혼게이자이.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이 모두 참석했으며 일부 외신은 3~4명의 기자가 현장을 지켰다.
내신의 경우 기획재정부 출입기자에 한해 10명 선착순 접수만 받았지만 수분 내에 신청이 마무리됐다.
윤 장관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진솔한 어조로 외신기자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특히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을 의심하는 질문이 반복될 때는 손짓과 표정을 섞어가며 답답해했다.
윤 장관은 "대외의존도가 높다보니 이런 의문이 계속 제기되지만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대외 지불능력 방어막이 확실하다"고 강조한 뒤 쏟아지는 질문에 "2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900억 달러에 달하는 미.일.중 통화스와프, 1천억 달러 규모인 정부의 은행 지급 보증이 있다"며 각종 수치를 동원해가며 반박했다.
윤 장관의 어조는 단호했지만 표정이나 손짓 등에선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장친화적인 정부를 자처하면서 잡셰어링을 통해 해고를 어렵게 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는 한 외신기자의 비판적일 질문엔 "공감가는 측면이 있다"고 운을 뗀 뒤 "다만 정부는 인센티브를 줄 뿐 강요하는 것이 아니며 해고는 지금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바로 반론하기보다 상대방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좌중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윤 장관 특유의 화법이다. 윤 장관은 "꽁꽁 얼어있던 대동강 물도 경칩에는 풀린다"며 한국경제에 대한 희망론도 피력했다.
이날 윤 장관은 약속된 시간을 30분 이상 넘겨가며 2시15분까지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시장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이를 위해 '소통'을 중시하는 윤 장관으로선 예정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이들에게 먼저 문을 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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