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일본차들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는 수모를 겪었다. 독일차의 선전 속에 일본차가 궁지에 몰린 것이다.
실제로 원-엔 환율은 지난해 상반기 100엔당 950원에서 올해에는 1600원으로 60% 가량 급상승했다. 달러 역시 25% 가량 올랐지만, 엔화 보다는 충격파가 덜했다. 이 여파로 혼다나 닛산의 경우 자본잠식 상태로 까지 몰렸다.
작년 한해에만 모두 1만2356대를 판매하며 국내 수입차 1위를 기록했던 혼다코리아는 지난달 228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며 수입차 순위 7위로 밀려났다. 결국 이달부터 평균 13.85%나 값을 올렸지만, 값이 오르자 판매량이 줄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과 가격차가 1000만원 이상 나고 있어서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한국닛산 역시 어렵기는 매일반. 지난달 인피니티는 192대, 닛산은 119대에 그쳐 평상시의 절반으로 줄었다. 결국 작년 말 별도조직으로 출범한 닛산 브랜드를 최근 인피니티 조직으로 통합했다. 담당임원과 중간간부 등 2명을 수입차 업계 최초로 정리해고 하기도 했다.
한국토요타도 매달 600대 가량 나가던 렉서스가 지난달 283대에 그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은 원화로 결제하고 있어서 엔고 여파에서 비껴났지만, 본사가 결제 방식을 바꿀 경우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 4월께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반면 일본차들의 고전을 틈탄 독일차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메이커는 비엠더블유(606대), 아우디(495대), 메르세데스-벤츠(487대), 폴크스바겐(466대) 등 독일차들이 1-4위권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트셀링 모델 역시 일본차들이 빠진 상위권을 BMW 528(241대), 아우디 A4 2.0 TFSI quattro(192대), 폭스바겐Golf 2.0 TDI(157대)가 독식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로 전체적인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엔고 현상이 앞으로 3-4개월 지속될 경우 한국을 떠나는 일본 브랜드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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