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현금 400억 원 뿐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쌍용자동차가 또 다시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10년 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겪은 이후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고영한 수석부장판사)는 6일 쌍용차가 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쌍용차는 올해 1월 만기가 도래한 어음 92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결제하지 못했고, 현재 보유 현금이 400억 원에 불과해 4월 만기 회사채 1500억 원도 상환할 수 없는 상태여서 지급 불능의 파산원인이 존재해 회생절차 개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조치로 최대주주(51.3%)인 중국 상하이자동차 등 주주들의 경영권 행사가 금지된다.
앞서 법원은 법정관리인으로 이유일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박영태 쌍용차 상무를 공동 임명했다. 회계 실사 등을 맡을 조사위원으로는 삼일회계법인을 임명했다.
박영태 상무는 쌍용차 재무회계 총괄 부장을 거쳐 현재는 기획재무본부 부본부장 겸 재경 담당을 맡고 있다. 회계 및 자금 부문에서 근무해 쌍용차의 내부 자금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재판부는 “기존 경영진을 단독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보다는 자동차회사 경험이 풍부한 제3자를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자동차 업계에 정통한 회사 내외부의 전문가를 공동 관리인으로 둬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쌍용차의 재무 상태에 대한 정밀 실사에 나선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관리인은 구체적인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후 채권단이 3∼4개월 뒤로 예상되는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을 가결하고, 법원도 이를 인가하면 쌍용차는 정상화의 길을 밟게 된다.
그러나 쌍용차에 대한 부실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커 회생시킬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일 경우 채권단이 계획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다. 사실상 회계법인의 실사가 쌍용차의 운명을 결정짓는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회생계획안이 나오더라도 쌍용차는 구조조정과 같은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법원의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채권자들도 일부 빚을 탕감해 주는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회생절차 개시는 말 그대로 절차를 시작하는 결정일 뿐 회생이 보장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자체적인 자구노력이 미흡할 경우에는 회생 가능성이 부정적으로 평가돼 중간에 회생절차가 폐지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