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연체관리와 채권추심을 강화하면서 고객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이 연체관리를 강화하면서 연체일수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카드사용을 정지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는 과도한 채권추심 행위로 금융당국의 개선권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연체율이 상승 추세에 있는 제2금융권 회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채권추심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이에 대한 모니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체 3일만에 통지없이 카드정지
서울에 거주하는 양모(37)씨는 이달 초 A카드가 정지된 사실을 알고 휴대전화로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A카드사 고객센터에선 연체일수 3일이 지나 카드 승인이 거절됐고 5일을 경과하면 개인신용정보회사(CB)로 연체기록이 넘어간다고 양씨에게 통보했다. 그는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곧바로 연체대금을 입금했지만 해당 카드사의 업무처리가 늦어져 결국 연체기록이 남게 됐다.
신용경색 여파로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연체관리와 채권추심을 바짝 조이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카드가 정지되는 연체일수 기준이 다르다"며 "최근 연체관리가 강화되면서 지점에 주어지는 재량권이 없어져 예전에 비해 카드정지가 빨리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선 카드를 정지시킬 경우 가능한 고객에게 통보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통보해도 고객이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카드사에서 아예 통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카드대금을 연체한 고객이 금감원에 접수하는 채권추심 상담건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신용카드 채권추심 관련 상담은 4천517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6.2% 늘었다.
일부 캐피탈(할부금융.리스)사는 과도한 채권추심 행위로 인해 금감원의 개선권고를 받기도 했다.
예컨대 B캐피탈사는 올해 8월 채권자의 별거 중인 부인을 찾아가 채무를 변제하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편의 소재와 연락처를 요구해 금감원에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 저축銀.신용정보 '잔혹한 채권추심'
일부 저축은행도 지나친 채권추심 행위로 금감원의 주의를 받았다.
금감원에 접수된 저축은행 채권추심 관련 민원을 보면 채권자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식교육을 어떻게 시켰냐"며 인신공격을 하거나 새벽 2시40분에 전화로 상환을 독촉하고 하루 밖에 연체가 안 됐는데도 반나절 동안 10건의 상환독촉 문자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는 사례가 있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연말 결산기를 맞아 회사별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을 높이기 위해 채권추심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연체채권을 넘겨 받아 돈을 대신 받아주는 신용정보회사도 금융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신용정보 관련 민원은 2천406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3% 늘었다.
신용정보회사가 회사에 급여압류를 의뢰해 채권자가 퇴사위기에 처하고 채무자 본인이 아닌 가족들에게 채무불이행 사실을 알리고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해 최근 금감원에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김건호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