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미국에서 불어닥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출 확장과 국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불리며 순위 경쟁에 여념이 없던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내년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년 은행권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7% 가량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내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사적인 효과일 뿐이다.
특히 최근 은행권의 위기는 글로벌 신용경색이 가시화된 데 따른 것으로 향후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 중견기업 연쇄 도산,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추가적인 악재가 쏟아질 수 있다.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 외에도 4대 금융지주사 내부에는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자사주를 신속히 매각하는 것이 급선무다. 자사주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행권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자기자본비율 제고는 물론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M&A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는 라응찬 회장의 거취와 그룹 수뇌부 인사가 최대 관심사다. 박연차 회장 사건에 연루되면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우리금융지주는 황영기 전 회장과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이 공격 경영을 펼치는 과정에서 쌓인 부실을 털어내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금융위기로 지분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연초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과 김승유 회장 간의 각별한 인연으로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던 하나금융지주는 환율옵션 상품에 대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김승유 회장은 외국계 금융기관을 인수해 그룹 역량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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