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세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용위기 여파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잇따른 금리인하로 국채수익률이 제로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8일 270억달러 규모의 3개월 만기 국채에 대한 입찰을 실시했으며 연 0.005%의 수익률로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금리 하락은 당초 예상했던 낙찰 물량에 비해 입찰 규모가 3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기록한 금리는 지난 1929년 재무부가 3개월물 국채에 대한 입찰을 실시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금리만 놓고 본다면 미국 경제는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실세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실시한 3개월물 국채 입찰에서는 0.05%로 수익률이 결정된 바 있다. 불과 일주일만에 단기 국채 수익률이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날 같이 진행된 270억달러 규모의 6개월 만기 국채에 대한 입찰에서는 수익률이 1958년 이후 최저 수준인 0.3%로 정해졌다.
6개월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0.43%로 결정된 바 있다.
국채 수익률은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국채 가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위기 폭풍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안전한 국채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이 국채 가격 상승, 국채 금리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981년 5월 연 16.75%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실세금리인 국채 수익률이 사실상 제로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모기지금리를 비롯한 기타 신용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명목상 실세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미국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체감 금리는 여전히 높은 금리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3년 이상 국채 가격은 이틀 연속 하락했다. 재무부가 오는 10일 280억달러 규모의 3년물 국채와 160억달러 규모 10년물 국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물량 부담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스티플 니콜라스의 마틴 미첼 국채 트레이딩 부문 책임자는 "공급이 예상보다 많다"면서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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