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하락세에 중소기업 시름깊어진다

2008-12-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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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원.엔 환율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00엔당 1600원 부근까지 치솟았다.

엔화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원금이 배 가량 급증한 데다 대출금리까지 급등하면서 파산을 우려하는 처지에 놓였다.

원.엔 환율 급등이 대일 무역역조를 심화시켜 전체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5일 원.엔 고시환율은 100엔당 1598.07원을 기록하면서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8일 이후 석달 새 600원 이상 폭등한 것으로 1년1개월 전인 11월5일에 비해서는 배 이상 뛰었다.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엔화대출 기업들이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원·엔 환율이 744.82원으로 9년 10개월 만에 최저치였던 작년 7월9일 엔화로 10억원을 대출했다면 1년5개월 새 원금이 약 21억5000만원으로 11억5000만원 가량 급증하게 된다.

최근 엔화대출 금리마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나 엔화대출 기업들이 이중고에 처했다.

시중은행의 엔화대출 금리는 1년제 기준으로 작년 7월 연 4% 수준에서 5일 현재 연 7.5% 수준으로 급등했다.


10억원을 빌린 경우 연간 이자 부담이 3500만원 가량 늘어나게 된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3월 말 이후 9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11월 말 현재 1조403억엔을 기록하고 있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세계적인 신용경색에 따른 원화자산 매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엔캐리 자금의 회수로 엔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엔화대출 기업과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뒤 수출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이며 환위험 헤지를 한 일본펀드 투자자들도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엔화 강세가 일본 제품에 비해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주기 때문에 수출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당분간  수출 확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히려 일본에서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수출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엔화 강세가 대일 무역역조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일 무역수지는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303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작년 연간 무역적자 규모(298억8천만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11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폭 133억4000만달러의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우리나라는 제품을 중국에 팔던, 미국에 팔던 대부분 부품을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술력이 높은 일본에서 사오고 있기 때문에 원.엔 환율 상승으로 일본제품의 단가가 비싸지면 수출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개선 효과는 미흡하지만 대일 무역적자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일본 역시 과도한 엔화강세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통해 원.엔 환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율 안정은 신인도 개선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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