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재무구조 악화..자금난 가중

2008-11-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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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침체 여파로 대기업들의 재무구조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단기차입금은 늘어나고 부채비율도 올라가고 있다.

     내년에는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우리나라의 수출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30대 그룹 차입금 1년 만에 59% 급증
    24일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30대 그룹 계열 164개 상장기업(금융회사 제외)의 차입금은 9월 말 현재 49조6천25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8.7% 급증했다. 1년 새 빚이 18조 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1년 이내에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급전 성격의 단기차입금은 28조9천667억 원으로 75.1%나 증가했다.

   상환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차입금은 39.3% 증가한 20조6천583억 원이어서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셈이다.

   차입금 증가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0대그룹의 이자비용은 작년 동기 대비 23.3% 늘어난 4조7천211억 원에 달했다. 그룹당 평균 300억 원 가량 늘면서 가뜩이나 영업 부진으로 이익 규모가 급감한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하고 있다.

   단기차입금이 가장 크게 늘어난 그룹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산업개발로 증가율이 381.9%에 달했다. 이밖에 STX(273.7%), SK(163.2%), 대한전선(156.9%), 한화(154.3%), 동국제강(149.5%) 등도 단기차입금이 급증했다.

   삼성그룹은 단기차입금 총액이 1조 원에 미치지 못했으나 증가율은 229%에 달했다. SK그룹은 하나로텔레콤, 인천정유의 M&A(인수합병) 등으로 일년 새 차입금이 4조 원 이상 늘어 차입금 총액이 9조178억 원으로 30대 그룹 중 가장 많았다. 올해 지출한 이자비용만 8천397억 원으로 이 또한 최대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서열은 8위였지만 최근 몇년 새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공격적인 M&A에 나섰던 후유증으로 차입금 총액이 4조5천849억 원으로 3위까지 올라섰다.

   재계 서열 10위인 한화그룹도 차입금이 3조3천920억 원에 달해 SK, 현대차, 금호아시아나 다음으로 차입금이 많았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차입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 30대 그룹의 부채비율도 상승
장ㆍ단기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30대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도 지난해 3분기 말 89.7%에서 올해 3분기 말 108.5%로 크게 높아졌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순손실이 1조원을 넘어선 한진그룹은 지난해 3분기 말 183.2%이던 부채비율이 304.8%로 높아져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동부(264.9%), 동양(263.2%), 현대(262.9%), 두산(251.9%), 코오롱(244.7%), 대한전선(221%) 등도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이었던 200%를 훌쩍 넘어섰다.

   더구나 30대 그룹의 건설 계열사가 막대한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보증을 섰던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부채비율은 더욱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재벌닷컴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때 단기차입금 규모가 크거나 이자비용이 많이 지출되는 그룹은 자금난이 심화할 수 있으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하루빨리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재무구조 왜 악화됐나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은 3분기까지 계속됐던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비롯해 원.달러 환율 상승, 시중금리 인상, 자금시장 경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금리상승과 차입금 증가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수출 시장의 경기 둔화와 맞물리면서 고스란히 기업의 이익 감소요인이 된다.

   12월 결산 10대그룹(공기업 제외) 계열사의 3분기 실적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0.40%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80%, 47.68%나 급감했다.

   올 2분기와 대비하면 악화 정도는 더 두드러진다.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 각각 -1.27%, -35.21%, -54.23%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마저 뒤흔들어 놓고 있는 4분기 이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는 꺾였다지만 1,500원에 근접한 환율은 이런 효과를 날려 버리고 있다. 국제 자금시장의 경색이 여전하고 국내 신용시장도 꽁꽁 얼어붙어 기업채 발행이나 차입 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하나같이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더 악화시킬 요소들뿐이다.

   벌써부터 건설과 조선 등 일부 취약업종에선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중견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거대 기업들은 대체로 경기호황기에 쌓아둔 현금으로 버틸만 하지만 중견기업들은 자금줄이 막혀 고통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3분기까지는 원가 압력이 많았다면 금융위기 이후로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매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4분기나 내년에는 매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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