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주단 가입 여부 막판 '진통' 거듭

2008-11-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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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회사의 채권 만기를 1년간 연장해주는 대주단(채권단) 자율 협약 가입 기간이 23일로 연장된 가운데 건설사들이 대주단 가입 여부를 놓고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 3개 단체는 일제히 회원 건설사에게 대주단 가입을 독촉하고 나섰지만 건설회사들은 쉽게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주단에 가입할 경우 부실회사로 낙인찍혀 자금조달, 수주, 분양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고, 금융기관이 만기 연장을 무기로 경영권 간섭을 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7일 대주단 가입은 '살생부'가 아닌 '상생부'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건설사들은 쉽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A중견 건설사 임원은 "대주단 가입후 은행의 경영권 간섭 여부가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상생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주거래은행이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 경영에 개입하려 할 것이고, 이 경우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회사 오너 입장에서 받아 마시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부실이 큰 중소 건설사중에는 절박한 심정으로 신청을 했다가 탈락했을 때의 파장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B주택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대주단 가입을 망설이고 있는 것은 가입여부에 대한 정보가 노출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라며 "대주단 가입 여부가 알려지는 것도 신경쓰이지만 퇴출대상에 포함될 경우 그 후유증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건설사만큼 자금난이 심각하지 않은 상위 10개의 대형 건설사들은 회사 이미지와 공사 수주에 지장을 받을까봐 염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고위 임원은 "해외 수주가 많은 대형 건설사들은 다른 경쟁국이 수주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국내 건설사의 대주단 가입을 회사 전체의 위기로 몰고갈 수 있고, 발주처가 이를 트집잡아 공사대금 납부를 지연시킬 수도 있다"며 "국내 대형 건설사 간의 수주 경쟁에 악용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현재까지 10대 건설사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자체가 많지 않았던 4-5개 건설사는 그룹사의 이미지를 고려해 대주단에서 빠지고, 대형 개발사업을 보유해 수조원대의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지고 있는 5-6개 건설사들은 가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미분양 증가후 대출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 거부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건설사들은 대부분 대주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대주단은 사실상 정부가 건설업계에 주는 '특혜'나 다름없다"며 "겉으로는 타사 동향 등을 고려해 눈치를 보고 있지만 결국엔 대부분의 업체가 가입을 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실이 심각해 D등급을 받아 퇴출 가능성이 높은 회사는 대주단에 가입했다가 망신만 당하는 대신 신성건설과 같은 기업 회생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업계는 18일 오후 3시부터 은행연합회 등이 주최하는 대주단 협약 설명회에서 금융기관의 운용방안 등을 들어본 후 가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오늘 설명회에서 건설사가 우려하는 부분을 불식시켜준다면 상당수 건설사들이 대주단 가입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색은 못해도 2-3개월 후 부도에 직면할 만큼 절박한 회사들이 많다"며 "100대 건설사 가운데 최소한 60-70개는 대주단에 가입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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