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투표권을 늘려줘야 IMF 증자자금을 추가로 출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이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 금융기구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중국 신문들은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의 진리췬(金立群) 감사장이 17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금융시장 연례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IMF 출자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진 감사장은 "세계 금융위기가 악화되고 있는데 투표할 때 투표권은 주지 않으면서 중국에 돈만 내라고 하면 누구도 같이 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지난달 중국에 대해 IMF 증자자금을 추가 출연해줄 것을 요청한 이후 중국의 고위 당국자가 분명하게 입장을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 감사장은 1984년 재정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정부 부부장까지 오른 뒤 2003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행장을 거쳐 지난 9월 중국투자공사 감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IMF의 투표체계는 지난 196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문제는 과연 선진국들이 중국을 주요 주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됐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가 좋은 점도 동반하고 있다"면서 "좋은 점이란 것은 바로 선진국들이 중국 등 신흥시장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IMF 지분 2위국인 일본은 구제기금 확충을 위해 1천억달러를 추가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또 다른 주요 외환보유국인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진 감사장은 "선진국들이 중국과 같은 개도국과 대화할 때 겸손한 태도로 접근해야 하며 중국은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더 많은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