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 자동차 '빅3'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행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가 빅3 구제 여부와 관련된 청문회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고 있지만 남부주 상원의원들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가 없어도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유지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이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에서 250억달러를 빅3에 긴급 지원하자는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백악관과 공화당 역시 구제금융으로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50억달러를 지원하자는 민주당안이 상원을 비롯해 의회에서 통과하려면 일부 공화당 의원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공화당의 협조를 얻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군다나 상원에서 민주당이 60석 획득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연내 자동차산업 지원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새 의회에서도 자동차산업 지원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사진: GM을 비롯해 미국 자동차업계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1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라배마주의 리처드 셸비, 제프 세시언스 의원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제임스 드민트 상원의원은 자동차산업 지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미국 자동차업계가 현재 상황에 직면한 것은 아시아에서도 팔리지 않는 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자성론이 일고 있는 것도 빅3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미국산 자동차가 팔리지 않는 것은 8%로 부과되는 관세때문이 아니라 연료효율성이 낮은데다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무시하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90년대 초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자동차시장 개방을 위해 일본을 직접 방문했을 당시처럼 이제는 미국이 한국시장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고 통신은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벌써 빅3가 몰락할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제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빅3가 망할 경우 미국 제조업계에 엄청난 충격이 예상되지만 외국업체들이 현지 공장의 생산을 늘려 빅3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GM이 파산할 경우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과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BMW, 현대-기아 등이 미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리더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빅3가 설사 파산하더라도 외국기업들이 미국의 제조업을 이끌면서 철강산업을 비롯해 알루미늄과 유리, 컴퓨터칩 등 주요 산업의 주요 고객이 되면 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빅3가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24만명에 달하며 관련 부품공급업체의 고용도 230만명이 넘는다. 이는 미국 전체 고용의 2%에 해당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계 1위인 GM이 파산할 경우 사라지는 일자리가 10만개를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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