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건설ㆍ금융업계가 바짝 긴장해 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구조조정 칼날을 벼리고 있는 정부는 부실 건설사와 제2금융권을 일차적인 정리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기업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압박수위가 워낙 높아 위기감은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와 금융사들은 부실 여부를 막론하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쏟아 붇고 있다. 자구책의 핵심은 비용을 줄이고 자본을 늘리는 것. 이를 위해 건설사들은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과 임금을 줄이는가 하면 사업부지와 계열사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금융권 역시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이후 연이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인 은행권에서는 자본 확충을 위한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업계 "현금을 확보하라" = 유례없는 건설ㆍ부동산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41위인 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받은 충격은 크다. 긴장의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중견 건설사들은 저마다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 자산 매각 등 위기 극복 방안을 찾는 데 분주하다.
우림건설은 지난 12일 기존 6부문 9본부를 7개 본부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또 서울 서초동에 있던 본사 사옥을 성남으로 옮기기로 하고 기존 사옥은 임대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사업 방향도 전면 수정해 단기간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다.
중견건설사 W사는 최근 임원 감축에 이어 회사가 정상화될때까지 팀장ㆍ간부급 이상의 임금을 5~20% 가량 삭감키로 했다. 또 다른 W사와 D사 등은 조만간 임원과 팀장급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부지와 계열사 지분 등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현진은 최근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에 지방 2개 사업지의 매입을 신청했고 한국토지공사의 공공택지 매입 프로그램도 신청할 계획이다. 또 중국 곤산에 주택사업을 벌이기 위해 지난 2006년 매입한 사업부지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지난 10일 청과위탁판매법인으로 계열사인 '중앙청과'를 태평양개발에 250억원에 팔았고 동문건설은 자사가 최대 주주로 있던 홈네트워크 전문업체 르네코의 주식 30.56%와 경영권을 최근 200억원에 매각했다. 한라건설은 역시 지난 4일 계열사인 새론오토모티브 주식 414만120주(6.68%)를 최대주주인 일본 닛신보사에 매각하고 182억5892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시중은행 "BIS 비율 높여라" = 시중은행들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외한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 6월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는 BIS 비율이 8%가 안 되는 은행 12곳 가운데 동남ㆍ동화ㆍ충청ㆍ경기ㆍ대동은행 등 5곳을 퇴출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은 BIS 비율 10%를 우량은행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은 2005년 말 12.43%를 기록한 이후 잇달아 곤두박질쳐 지난 9월 말 일부 은행은 한 자릿수로 내려 앉았다.
상황이 이렇자 시중은행들은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방안으로는 증자나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 등이 검토되고 있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은 이 중 후순위채를 가장 현실적인 자본확충 방안으로 꼽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증자가 여의치 않은 데다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의 15% 이내로 발행한도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순위채는 기본자본의 50% 이내에서 발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한국은행도 은행들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비용 절감 및 수신구조 개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효율성이 낮은 점포에 대한 통폐이 시작됐고 인건비와 마케팅비용도 줄고 있다.
아울러 은행들은 예대비율 개선을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성 수신 비중을 줄이고 변동금리부 여ㆍ수신상품을 개발해 수신기반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ㆍ우리ㆍ신한은행 등은 내년 중 커버드 본드를 발행해 유동화 가능 자산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 은행들은 외화 유동성 확충을 위해 정부의 대외채무 지급보증과는 별도로 해외 은행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 외화 조달선을 다변화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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