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와 건설 투자가 올들어 9월까지 사실상 `제로' 상태에 빠져들어 연간으로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설비.건설 투자 감소는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그 부정적인 파장이 깊고 길게 발생하게 된다.
1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건설 투자액 증가율은 올들어 9월까지 사실상 `제로'상태를 나타냈고 민간분야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민간 국내기계 수주액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97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기준 설비.건설투자액은 8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 설비.건설 투자액 증가율 제로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설비.건설 투자액은 실질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이는 작년의 증가율인 4.4%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설비.건설 투자증가율은 2000년에 15.2%를 기록했으나 2001년 -2.9%로 돌아섰다. 이어 ▲2002년 5.1% ▲2003년 4.1% ▲2004년 3.6% ▲2005년 1.3% ▲2006년 2.6% 등을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1∼9월에 2.3% 늘어나 작년 같은 기간의 8.0%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4년 4.3%, 2005년 3.9%, 2006년 8.7% 등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가 올해 가파르게 둔화됐다.
건설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가 줄었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2003년 7.8%에 이르렀으나 2004년 3.1%로 둔화됐다. 이어 2005년 -0.5%, 2006년 -1.7%, 2007년 1.6%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런 추세대로 가면 올해 연간 건설.설비 투자증가율은 2001년(-0.5%)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연간 건설.설비 투자증가율은 ▲2002년 6.2% ▲2003년 4.3% ▲2004년 2.1% ▲2005년 2.1% ▲2006년 3.1% ▲2007년 3.9% 등이었다.
◇ 연간규모는 마이너스 가능성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선행지표는 일제히 부진한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액은 전년 동월대비로는 9월에 33.4% 줄었다. 9월 감소폭은 2003년 3월의 46.6% 이후 최대다. 또 민간 제조업의 국내기계 수주액은 53.3%가 줄어 관련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97년 6월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9월 건설수주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4%가 줄었다. 공공부문은 7.8% 증가했으나 민간부문은 59.9%나 감소했다. 분야별로는 건축 50.4%, 주택 70.8%, 발전.송전 71.7%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통계청 관계자는 "국내기계 수주액이나 건설수주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실제로 설비.건설 투자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실제 투자에 영향을 주는 시점은 불과 몇 개월후일 수도 있고 몇 년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투자가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설비투자 증가율이 갈수록 둔화하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건설.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당장 건설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잠재력 악화.."미래가 안보인다"
각종 투자가 위축된 것은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경영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규제가 많은 제도적 측면, 경기 침체, 기업가 정신의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투자가 부진하면 당장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민간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마저 나빠지면 내수경기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설비투자가 둔화되면 미래의 기업 생산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건설투자 부진 역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지연으로 이어져 간접적으로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장기적으로 설비투자 증가율이 연 2~ 3%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향후 다가올 호황에 대비해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