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신용위기 사태의 근원지인 모기지 시장의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모기지 안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국유화된 모기지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 추가 지원안을 내놓았으며 씨티그룹을 비롯해 금융기관들 역시 모기지 시장 안정에 발벗고 나서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잇다.
미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상환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조치는 재무부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금융기관과 모기지업체 연합인 '호프 나우'(Hope Now) 관계자 등과 함께 마련됐다.
FHFA는 지난 9월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사진: 미국 정부가 모기지 대출 이자를 줄이고 일부 원금을 탕감하는 모기지 대책을 마련했다. 사진은 주택권리를 상실한 주택에 매각 표지판을 설치하는 모습. |
FHFA의 제임스 록하트 국장은 주택권리를 상실하는 '포어클로저' 사태를 막기 위해 '합리적 대출조건 변경'(SLM) 프로그램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FHFA가 발표한 대책은 주택대출 비용의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주택소유자들과 주택가치의 90% 이상에 대한 대출을 받은 사람들로 제한된다.
당국은 해당 주택소유자들에 대한 대출 이자를 줄여 소득의 38% 이상을 주택비용으로 지불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며 대출 기한을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해줄 계획이다.
미국 포어클로저 추이 (출처: 리얼티트랙) |
일부 대출 원금에 대해서는 무이자를 적용하고 대출자가 모기지 비용을 상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록하트 국장은 "최근 2년 동안 주택압류가 150% 이상 늘어났다"면서 "이는 각 가정은 물론 주택시장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는 "모기지 업계 역시 시장 회생을 위해 대출조건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미국 전체 가구의 60%에 가까운 3100만건의 모기지를 보유 또는 보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당국의 이번 대책이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지지은행가연합회(MBA)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400만명의 모기지 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주들이 이자와 원금 상환을 연체하거나 주택이 압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주택 소유주의 9%에 해당하는 것이다.
3분기까지 포어클로저 역시 전년 대비 71% 늘어났다고 MBA는 밝혔다.
금융기관 역시 모기지 시장 안정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모기지 대출로 구입한 주택에 거주하는 대출상환 능력이 있는 대출자에 대해서는 주택압류를 중지하기로 했다.
씨티그룹은 향후 6개월에 걸쳐 모기지 비용 상환에 문제가 없지만 연체할 위기에 처한 50만명의 주택 보유자들에게 이자율을 조정하고 원금을 축소하거나 기한을 연장해줄 방침이다.
JP모간 역시 지난달 1100억 달러 규모의 부실 모기지 대출에 대한 대출 조건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FHFA의 이번 대책은 다음달 15일부터 시행되면서 FHFA, 패니매, 프레디맥, 호프나우 등이 참여한다.
한편 미국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여전히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최대 고급 주택건설업체인 톨 브라더스는 이날 회계년도 4분기(8월~10월) 매출이 6억91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 11억7000만달러 대비 41%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10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한 것이다.
4분기 건축계약 취소건수만 233건을 기록해 전체 계약건수의 30%에 달했다고 톨 브라더스는 설명했다.
로버트 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반짝했던 주택시장 안정 조짐이 금융위기 사태로 사라졌다"면서 "주택시장의 신뢰도와 계약, 건축 동향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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