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과도하게 대출 확대 경쟁을 벌이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일제히 급락하는 등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내실 경영에 힘쓰지 않고 지나치게 외형 확대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BIS 비율은 2분기 12.45%에서 3분기 9.76%로 주저앉았다. 옛 주택은행과 전산통합이 이뤄진 2002년 이후 국민은행의 BIS 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4조2천억 원 규모의 지주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BIS 비율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2분기 12.5%에서 3분기 11.9%로 떨어졌고, 외환은행과 기업은행도 같은 기간 11.56%에서 10.64%로, 10.49%에서 10.15%로 각각 하락했다.
우리은행은 2분기 10.39%에서 3분기 10.50%(잠정치)로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1.6%에 비해서는 1%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BIS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3분기 적자를 내면서 BIS비율도 하락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BIS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중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자기자본 규모가 적을수록, 위험자산 규모가 클수록 이 비율은 낮아지게 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둔화 여파로 은행 수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국민은행은 3분기 순이익이 55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8.6% 감소했고 신한은행은 32.2% 줄어든 2143억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전년동기대비 45.6% 줄어든 1332억원으로 45.6%을 기록했으며, 하나은행은 711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나타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과 통화파생상품인 '키코' 관련 손실이 늘어난 데다 경기둔화로 부실자산이 늘면서 대손 충당금을 전분기보다 2배 이상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대손충당금이 2분기 820억원에서 3분기에는 2960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증가율에 당기순이익이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신한은행의 경우 3분기 위험가중자산 증가액이 4조3870억원(3.3%)인 반면 자기자본은 2400억원(-1.5%) 감소했다.
이처럼 건전성이 악화되면 은행들은 당장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BIS 비율이 낮아지면 해외차입이 더욱 힘들어지거나 차입하더라도 높은 조달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을 하려면 BIS 비율이 12% 이상,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비율은 8%가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은 국제 금융거래를 하는 모든 금융기관들에 의무비율 8%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 비율이 8% 밑으로 내려가면 금융감독당국은 경영개선 요구 등의 적기시정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은 BIS 비율이 하락하고는 있지만 10%를 넘어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며 "현 단계를 건전성 위기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정한 한국은행 은행연구팀장은 "국내 은행들의 충격 흡수 능력은 양호하다"며 "일시적으로 자산의 위험이 커지면 BIS 비율이 낮아질 수도 있는데 현재까지는 약간의 진폭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대출 연체율 등 여신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요즘처럼 거시경제에 큰 충격이 오면 BIS 비율이 상당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바젤Ⅰ이든 바젤Ⅱ든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BIS 비율이 높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 폭이 커지고 경기침체가 가속하면 위험 가중자산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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