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아이오와 주는 미국의 정치환경이 변했다는 첫 신호를 보냈다.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주에서 열린 민주당 코커스에서 시카고 출신의 흑인 버락 오바마 후보가 확실한 표 차이로 승리한 것이다.
존 매케인도 공화당에서 정통파가 아닌 '매버릭(이단아)'으로 오랜 이력을 극복하고 대선 후보가 됐다. 그도 역시 미국이 현재 가는 방향을 바꾸는 '변화'를 약속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일(현지시각) 오는 4일 선거 결과는 미국이 지난 4년간 얼마나 크게 변했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4대 관전포인트를 제시했다.
◇ 미국의 인종 차별은 줄었는가 =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인종문제에서 그동안 수년간의 발전을 능가하는 큰 진전이 된다. 편견과 불평등이 여전하지만 그동안 흑인 중산층의 증가로 일터에서 흑인과 만나는 백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종 차별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졌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와 CBS가 공동 벌인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64%는 미국에서는 인종에 상관없이 공평한 기회가 제공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7월 조사보다 13%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특히 흑인 응답자 가운데 공평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7월보다 13%포인트 높아진 43%로 나타났다.
2004년 선거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라틴계가 아닌 백인 유권자로부터 41%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왔다. 4일 선거에서 오바마 후보의 백인 유권자 득표율은 미국 사회에서 인종에 대한 태도가 얼마가 변했는지를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 공화와 민주당 텃밭 주(州)는 여전한가 = 퓨 리서치센터의 앤드루 코헛 소장은 이번 대선은 중도파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에 달려 있는 선거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에 경합 주에서 4년 전 부시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파의 이번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2004년 선거에서 부시 후보에 표를 던졌던 중도파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인 오하이오 주의 콜럼버스와 플로리다의 탬파베이 지역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년 선거에도 그랬듯이 이번 선거에서도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의 선택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
◇ 미국인은 정부의 역할 확대를 원하는가 = 오바마 후보는 지난 8월 말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통해 '큰 정부'를 제시했다. 그는 "작은 정부의 시대는 갔다"면서 정부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대체연료 개발을 지원하며, 조기교육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매케인 후보는 보다 '작은 정부'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세금을 인하하고 정부지출을 축소하며 자유무역시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는 두 후보의 이러한 상반된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 유권자 성향이 크게 변했는가 = 올해 캘리포니아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투표한 사람의 30%는 라틴계였다. 이는 2000년 7%에 비하면 엄청난 인구구성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 지난 1월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에서 젊은 층의 참여가 4년 전보다 3배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 선거구마다 유권자의 구성이 다양해지고 젊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런 변화가 실제 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주목되는 점이다.
특히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라틴계 유권자들은 일부 공화당 지도자들이 불법이민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후 공화당을 많이 이탈했다. 지난 2004년 부시 후보는 라틴계 유권자의 40% 지지를 얻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매케인 후보는 23%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