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주가 마지노선 정황 속속 감지"
1면기사 주가폭락 장식ㆍ증권사 직원 자살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연일 추락하고 있으나 주가가 바닥임을 알리는 여러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세계적 주식투자 귀재 워런 버핏처럼 모두가 공포에 질려 시장을 떠날 때 오히려 주식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23일 발표한 증시분석 보고서에서 경험과 직관에 비춰보면 주가가 바닥에 다가서는 정황적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먼저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에 주가 폭락 기사가 자주 실리고 있다. 이는 끝없이 추락해온 증시가 마지노선이 임박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오 파트장은 "경제지와 달리 종합일간지는 주식관련 기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1면에 주가 하락 끝이 없다는 기사가 실리는 것을 보면 증시 하락 사이클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증시 활황기 때 입추 여지가 없을 정도로 투자자들이 몰렸던 투자설명회가 썰렁해진 것도 절벽 끝이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오 파트장은 "강세장 투자설명회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투자 열기가 뜨거워 강사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한다. 이럴 때 강사로 나가면 인기정상 연예인 부럽지 않으나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투자설명회에 투자자가 없는 경우는 최악 상황이다. 불만을 토로하고 대안을 달라고 아우성치던 투자자들이 일말 희망마저 포기한 채 주식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생각으로 설명회에 불참하기 때문이다.
오 파트장은 "이런 현상이 최근 자주 목격되고 있다. 코스피가 연중 최저치로 무너진 최근 상황에서는 투자설명회에 나가는 강사는 죄인 심정을 갖게 된다. 이럴 때 강사는 과거 추천종목에 대한 고충처리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가 투자의견과 적정주가를 공격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모습도 증시 수난이 정점에 도달하고 있음을 예고하는 사례로 언급했다.
오 파트장은 "하루아침에 적정주가를 50% 이상 하향 조정한 보고서를 발표하거나 빅 사이클이 끝났다는 식 뒷북 의견 제시가 늘고 있다. 이는 증시하락 사이클 막판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고 전했다.
증권사 영업직원과 투자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점도 하락장 끝을 알리는 징후로 제시됐다.
오 파트장은 "금융기관 부도 리스크, 유동성 고갈과 신용축소, 실물위기 전염과 리세션에 대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대책에도 폭락장세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공포심리가 팽배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증시 바닥은 내년 1분기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 파트장은 "시장 안팎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조짐과 경기상황, 기업실적을 보면 주가는 내년 1분기에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정책 공조와 이어지는 부양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V자 형태로 급반등할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중국 금융기관마저 부실로 쓰러진다면 바닥을 가정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걷잡을 수 없는 2차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피는 1000선 전후가 바닥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 파트장은 "지수 1000은 직전 상승 사이클에서 증시 구조적 진전을 반영한 마지노선이다. 그전에는 500~1000이라는 장기 박스권 구도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1000 지지가 무산되면 선진시장 편입 사실이 군색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아비규환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난타당하는 상황에선 단기 묘책을 찾을 수 없다. 장기투자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황국면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최상 생존술이다"고 덧붙였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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