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이 줄줄이 뚫리고 있다. 다우 1만선 붕괴 하루만에 S&P500이 1000선이 무너지는 등 금융위기가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지수의 심리적 지지선이 잇따라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폭풍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전세계 증시가 몸살을 앓는 수준을 넘어 응급실에 가야 할 처지가 됐다.
◆다우, 올들어 30% 하락...71년래 최악=7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500포인트가 넘게 빠져 9447.11을 기록했다. 우량주 위주의 S&P500지수는 6% 가까이 급락하며 996.23을 기록했다. 나스닥 역시 5.8% 빠진 1754.88을 기록했다.
올들어 미국증시 주요 지수의 흐름을 살펴보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사진: 7일 다우지수가 급락세를 지속한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다우지수는 올들어 29% 하락했다. 이는 71년래 최악의 낙폭이다. S&P500지수는 올들어 32% 빠졌다. 이로서 S&P500지수는 1937년 이후 최악의 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 됐다.
문제는 아직까지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오메가 어드바이저의 레온 쿠퍼먼 매니저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악화는 없을 수 있지만 이 역시 보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중앙은행 시장 안정에 총력...약발 안먹혀=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해 글로벌 중앙은행 등 정책 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연준은 `기업어음(CP) 직접 매입`이라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강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CP 매입에 직접 나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연준의 이같은 조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법 발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CP시장이 마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준의 CP 직접 매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CP 금리가 소폭 떨어지는 등 단기 자금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의 익일물 CP 금리는 이날 전일 대비 0.74%포인트 하락한 2.94%를 기록했다. 지난주 익일물 CP 금리는 3.95%까지 오르면서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연례 회의에 참석해 "금융시장의 동향을 감안할 때 중립적인 통화정책이 적절한지를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평가다.
그는 또 "최근 경제지표와 금융시장은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되고 경기하강의 위험이 커졌음을 시사한다"면서 "불확실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를 내리는데 있어 물가가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들의 노력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아일랜드 등 유럽 주요국은 예금보장한도를 상향 조정했으며 은행 대출 규모를 늘렸다.
호주와 이스라엘은 각각 1%포인트와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비관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씨티그룹의 토비아스 레프코비치 수석 투자전략가는 S&P500지수가 연말 1200포인트선에서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전망치 1475포인트에 비해 크게 하향 수정된 것이다.
◆'주식회사 미국' 실적 전망 어두워='주식회사 미국'의 실적도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P500기업들의 3분기 순익이 5.6%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신용위기 직격탄을 맞은 금융업종의 순익이 64% 감소하고 소매업종이 11%의 순익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어닝시즌의 첫 테이프를 끊은 세계 최대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는 시장의 우려를 덜기는 커녕 더욱 키웠다.
알코아는 지난 3분기 2억68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2%나 감소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배당금을 크게 하향 조정하고 100억달러 규모의 보통주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 계획을 밝힌 것이 금융권에 대한 위기의식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다.
BOA의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달 동안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조짐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BOA는 이날 3분기 실적을 당초 계획보다 2주 앞서 밝히면서 순이익이 68%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4분의1 수준에 머문 것이다.
금융권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BOA가 26% 급락한 가운데 메릴린치와 모간스탠리는 각각 26%와 40% 폭락했다.
오크 어소시에이츠의 로버트 스팀슨 머니매니저는 "신용시장 냉각과 경제활동 위축이 맞물리면서 시장 심리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