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2일 당선된 마잉주(馬英九)대만 총통 |
중화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양안 관계 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대만총통선거에서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경제회복을 주장한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당선됐다.
민진당 정부의 무기력한 경제 정책을 타개하는 수단으로 중국과의 관계개선 및 교류확대가 필요하다는 국민들 사이의 공감대가 정권교체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4월11일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이 중국 하이난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수년 전부터 ‘양안공동시장(cross-strait common market)’ 개설을 주장해 온 국민당의 샤오완창(蕭萬長) 부총통과 후진타오 주석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어 5월 말에는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롄잔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과 만났다. 공산당과 중국 집권당의 1인자가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59년만의 일이다.
양안(중국과 대만)간 고위급 인사들의 이러한 접촉은 사실상 경제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먼저 정치적 교착상태를 풀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양안 경제통합 가속화=마잉주 총통은 선거공약으로 대만과 중국 공동시장 창설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회생’을 제시했다.
이는 중국을 대만 경제 발전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양안간 경제통합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안 시장이 통합될 경우, 중국 내 최대 단일 경제권인 주장(珠江) 삼각주 경제권과 연결돼 중국 남부의 거대 경제권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장 경제지역에는 이미 10만여 개의 대만기업이 현지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시장이 통합되면 더욱 활발한 경제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2900억 달러 규모의 주장 경제권과 6600억 달러 규모의 대만 경제권이 합쳐져 95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제권이 탄생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싱가폴 등 동남아 범화교권이 양안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어 양안 경제 통합은 동아시아 중화권 경제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양안간 직항노선 개설=마잉주 총통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5월 20일 취임 직후부터 양안 직항 운항 협상을 본격화 해 7월 1일부터는 주말마다, 올 연말까지는 매일 직항기를 띄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3일 천윈린(陳云林) 중국해협양안관계 회장과 장빙쿤(江丙坤) 대만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은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양안 직항로 개설 협정서에 서명했다.
지난 6월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장빙쿤(왼쪽) 대만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과 천원린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이 양안 간 전세기 운항과 관광객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교환한 뒤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
7월 20일 0:33분 양안 간 사상 첫 화물 전세기가 상하이 푸둥(浦東)공항에 도착했다. 대만 ‘중화항공회사(中華航空公司)’가 이번 운항을 맡았고 보잉 747-400 화물수송기가 이용됐다. 항편 번호는 CI6901였다. |
이 협정서에 따라 7월4일부터 매주 주말 중국5개 도시와 대만 8개 도시를 잇는 직항전세기가 운항되고 있으며 7월 20일에는 화물 전세기 운항이 시작됐다.
원래 양안간에는 명절이 아닌 경우 직항이 금지되어 여행객들은 홍콩, 마카오, 한국의 제주도 등을 경유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홍콩을 경유해 타이페이에서 상하이로 가는 경우, 예전에는 5시간의 비행시간과 1만8000 대만달러(약 59만원)가 소요됐다. 그러나 직항기가 개설된 후 비행시간은 1시간 40분, 비용은 1만2000 대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대륙과 대만 간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마 총통은 하루 중국 관광객 입국자 수를 2008년 3000명, 2009년 5000명, 2012년에는 1만 명으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대만관광 세부규칙’을 통해 대만 관광요건을 법규로 제약하였고, 대만도 중국인들의 직접방문을 허용하지 않고 제3국을 경유한 관광객들의 입국만 허용해 왔다.
◆자본규제 완화와 투자확대=마잉주 정부는 대만기업의 중국투자 상한선을 폐지해 중국 시장 내 대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 자본의 대만 부동산, 관광, 증권산업 진출을 허용할 예정이다.
대만기업의 대 중국투자 40% 상한선은 완화되고 있으며, 대만 금융기관의 대 중국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역시 대륙으로 이전하는 대만 기업들에 대해 정책성 융자와 감세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마 총통의 의지대로 양안 관계가 유기적으로 개선될 경우, 2009년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6%를 넘어설 것이며 물류, 관광, 부동산 등 전방위 분야에 걸쳐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이승신 박사는 “특히 천수이볜 정권에서 많은 규제를 받았던 중소기업들이 정권교체에 따른 규제 완화를 계기로 대 중국 투자를 확대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민폐-대만 달러 태환 가능=지난달 신화사는 인민폐와 대만 달러간 태환 업무가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학계와 재계 인사들은 이를 양안간 금융협력이 시작되는 첫 걸음으로 평가하면서 대만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안화가 대만의 모든 은행에서 환전되면서 중국 관광객들의 여행이 편리해졌으며, 제3국 화폐로 환전한 후 다시 환전 하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양안 무역이 촉진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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